그리스는 10년전 아르헨티나와 닮은꼴
부채 위기와 일상화된 시위로 얼룩진 그리스가 10년 전 금융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大)의 한스 요아킴 보스 교수(경제학)는 3일 CNN 홈페이지에 올린 특별 기고문에서 "2011년의 그리스와 2001년의 아르헨티나는 놀랄만큼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보스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이 기고문에 따르면 처음 양국은 출발이 다 좋았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자국 페소화 환율을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킨 후 얼마 동안은 인플레가 줄고 소비와 성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자산가격도 부풀어 오르고 임금이 상승했으며 번쩍거리는 신형차 등 부의 상징이 곳곳에 넘쳐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룻밤 새 꿈이 깨졌다.
그리스도 유로존에 가입해 그리스 환율을 다른 회원국들 환율과 사실상 고정시켜 인플레 기대심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낮은 금리 덕분에 소비와 주택시장이 활성화됐다. 성장은 수년 동안 견실해 보였고 세수도 그랬다. 회사, 소비자, 정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돈을 써댔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사실상 고정 환율제도가 급격한 경쟁력 상실을 동반했다.
또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공히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았다. 수출입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외채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양국은 또 공공 계정에서 조작이 많았다. 그리스 경우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아르헨티나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4년새('94∼'98년) 10%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가 연간 최고 8% 성장하면서 중앙정부 공식계정의 적자 규모가 1.7%에서 2.2%로 조금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떨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세금 인상 능력도 매우 적어 정부가 GDP의 20∼30%밖에 못 올렸다.
양국 다 지급불능 사태에 빠졌다는 것이 분명해졌음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입해 오랫동안 대출을 해줬다. 시간이 지나면 긴축정책과 국제기관의 싼 대출로 인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난주 그리스의 갈수록 긴박한 정치적 움직임도 많은 신흥시장 위기 전문가들에게 아르헨티나 사례를 상기시킨다.
따라서 그리스 사태는 이전까지 신흥시장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고통스런 부채 위기에 모든 유로존 회원국들이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원인도 비슷하다. 고평가된 인위적 페그제가 외국환으로 발행된 거대한 부채와 결합된 것이다.
실제로 페그제가 실패하면서 아르헨티나 금융 시스템이 폭발했고 경제가 무너졌다.
단, 아르헨티나는 원자재 붐 때문에 경기가 성장세로 급속히 돌아서는데 도움을 받았지만 그리스는 이 같은 긍정적 외부 여건도 없다.
그래도 마지막은 비슷할 수 있다.
2001년 12월 당시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은 국민의 압력으로 사임했다.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도 성난 시위대가 총리공관에 난입하기 전에 자신을 구출할 헬리콥터를 미리 대기해 놔야 할지 모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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