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항아리에 맑은 물을 채워 놓는다.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 1%도 안 되는 잉크는 서서히 항아리 속으로 번져나가면서 금세 항아리의 물은 불그스름하게 변해 버린다.
'소수'는 약한 것 같지만 의외의 파괴력과 전파력으로 '다수'를 제압한다. 지금 우리 한국은 몇 %의 세력들에 의해 어떻게 휘둘리고 제압당하고 있는가. 권력층은 권력의 힘으로 법을 밟고, 0.1%의 어느 시골뜨기들은 뒷구멍 잔꾀로 집단 보험 사기나 치고, 젊은 층의 낭인들은 트위터 속에 파묻혀, 너도나도 찧고 까불고 치고받고 뜯어먹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고작 10% 미만의 세력에 의해 90%의 민중과 국가 조직이 출렁거리며 나라의 미래 명운(命運)이 왔다 갔다 한다. 단 2%(6석)의 민노당 의원이 165석 여당을 허수아비처럼 묶어버리고 87석의 제1야당쯤 들러리나 바람잡이 꼴로 만들며 의사당 CCTV까지 먹통으로 만드는 국회. FTA라는 시급한 국책 의안이 2% 세력의 폭력적 물리력에 의해 올 스톱되는 정치 시스템, 그게 오늘의 우리 입법부다.
백년하청 격인 폭력 국회 모습을 보면서 며칠 전 경찰청장이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조폭들이 범법과 폭력을 쓰면 총을 쏘라.'
법치국가에서 폭력으로 법과 국민의 권익을 해칠 때는 총으로든 대포로든 제압해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라는 경찰청장의 의지와 명령은 옳다. 폭력 조폭에게 총을 쏘라고 했을 때 국민 여론이 과잉 조치라며 반발하지 않은 것은 일단 폭력 그 자체가 싫고, 시장바닥 서민들의 생존 몫을 빼앗아 가는 반(反)정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그런 정서를 확대해 본다면 선량한 절대다수 국민들의 법 이익을 빼앗거나 미래의 국익을 상실시키는 폭력적인 권력 집단 역시 총을 쏴 버려도 좋다는 묵시적 동의로 봐서 안 될 것 없다.
조폭들의 죄상(罪狀)이래야 장례식장이나 시장바닥, 유흥술집의 이권을 뺏고 폭리를 챙기며 사우나탕에서 문신으로 혐오감을 주는 정도다. 그 정도 사회적 악에도 권총을 쏠 만큼 엄정하고 서슬 푸른 공권력이라면 국회 안 CCTV를 제멋대로 가리고 입법부 경찰 격인 국회 경위를 밀어붙이며 국익이 걸린 의정(議政)을 유기하는 소수 폭력 의원에게는 기관총을 들이대야 공평하다.
서울시장 선거를 치러본 뒤 정치권이 덜덜 떨고 있다는 트위터의 폭력성은 어떤가. 트위터는 활발할수록 좋다고 해두자. 건전한 비판과 신선하고 생산적 의견 참여라면 민주사회에서 왕성한 토론은 좋은 것이니까. 문제는 거의 24시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매달려 댓글 올려대는 계층의 세(勢)가 아닌 질(質)이 문제다. 요즘 웬만한 기업체에 취업한 젊은이들은 볼일 보고 뭐 볼 새 없다고 할 만큼 정신없이 일한다. 밤 11시 넘기기는 예사고 토요일도 없다. 그들 중 트위터에서 욕설이나 뱉고 좌파 괴담 부추기며 노닥거릴 틈 있는 친구들이 몇%나 될 건가.
여당이 대학생들과의 대화 마당을 열겠다고 띄우면 트위터에는 순식간에 강연 참석 인사에게 마녀사냥식 인신공격이 퍼부어진다. 양준혁 선수가 강연 나간다고 하면 '양준혁 뇌는 장식품?'이라고 욕을 쏟아내고 개그우먼 조혜련이 강연 나간다면 '일본 가서 나라 망신시킨 ×'이라고 몰아치는 식이다. 인터넷 커튼 뒤에 숨은 '떼꾼' 들의 무차별 욕설 공격에 시달린 두 사람은 강연 못 나가겠다고 물러서 버렸다. 제 편이 아니면 인신공격으로 여당 행사에 발걸음도 못하게 막는다. 이 정도면 깍두기 머리 드러내 놓고 설치는 조폭이 차라리 더 사내답고, 붉은 머리띠 두르고 나선 홍위병이 더 솔직하다.
부정적인 거짓 FTA 괴담을 생산해 내 남한 정부의 국가 경영을 흔들고 지체시키는 10% 미만 세력의 선동선전과 폭력에 오늘 이 시각에도 90%의 맑은 어항 물은 물들어가고 있다. 친북 정권 막으라고 구원투수로 내보냈던 MB, 너무 나약하다. 강기갑에겐 땅볼 타구에 얻어맞고 정동영'이정희에겐 '번트'에도 당한다. 이제 정권 막바지, 무엇이 두려운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폭력과 딴죽과 억지 수법의 달인이 된 10%의 어둠 속 막장세력부터 결연히 쳐내라. 그러기 위해 사저 신축 같은 허튼짓부터 스스로 경계하여 윗물부터 맑게 만들고 국민의 어항을 지켜라. 제풀에 주눅 들어 10%가 제멋대로 볶고, 삶고, 말아먹게 버려두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된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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