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싸움] 싸움소 탐구

밖에서는 온순…잠자리도 주인과 함께

1t의 거대한 덩치들. 거친 숨소리와 매서운 눈빛, 뿔과 뿔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 흩날리는 모래, 끈기와 힘의 대결. 싸움소의 상징이다. 이들을 보면, 마치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연상하게 한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검투사'와 같다. 싸움소는 '싸워야 한다'는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싸움소 특성

싸움소는 우락부락한 겉모습과는 달리 대부분 온순한 성격이다. 싸움장에 들어서면 상대방을 보고 포효하는 등 야성을 드러내지만, 싸움장을 나서면 순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싸움소는 주인의 각별한 사랑과 돌봄을 받는다. 각종 한약재를 넣은 특식은 기본이다. 싸움소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는다. 잠자리도 주인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격렬한 싸움을 해야 하지만, 일찍 생을 마감하는 다른 동료와는 달리, 대부분 자기의 수명대로 살 수 있다.

◆싸움소 현황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싸움소는 모두 800여 마리다. 당장 싸움판에 나설 수 있는 싸움소는 전국에 347마리 정도. 이 중 청도에 142마리가 있다. 전국적으로 공인된 소싸움대회는 모두 11개다. 소싸움의 본고장인 진주 대회는 매년 대회 때마다 200~300마리가 출전한다.

청도 소싸움경기는 전국대회에서 16강 이상 오른 소들로 제한하고 있다. 민속씨름처럼 싸움소도 체급이 있다. 청도 소싸움경기장은 갑종(800㎏ 이상), 을종(701~800㎏ 미만), 병종(600~700㎏ 이하) 등 3체급으로 구분한다. 민속 소싸움대회는 6체급으로 나눈다. 전적이 화려한 싸움소의 가격은 억대를 호가한다.

◆전설적인 싸움소

▷번개=한국 싸움소의 무적함대라 불리던 청도군민들의 자존심이었다. 1993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청도로 입식된 번개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 대회에서 9차례 우승했다. 번개를 조련했던 청도 싸움소관리센터 변승영(60) 소장은 "770㎏ 정도인 번개는 밀치기와 목치기 등 화려한 기술로 850㎏짜리하고 맞붙어도 물러서거나 지는 법이 없는 천하의 싸움꾼이었다"고 한다. 번개는 고령으로 은퇴한 후 2009년 7월 17세의 나이로 숨졌다.

▷칡소 '칠성이'=청도를 대표한 싸움소다. 청도군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임을 홍보하기 위해 '새마을'로 개명했다. 고령 도축장에서 도축되기 직전, 변승영 소장의 눈에 띄어 조련된 후 전국 소싸움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최고의 싸움소로 변신했다.

▷범이=통산 전적 191전 187승 4패. 전국대회 19연속 우승을 차지해 소싸움 애호가들로부터 '왕중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경남 의령군 하영효(73) 씨 소유로 지난해 5월 수명을 다했다.

◆싸움소의 기술

▷밀치기 머리치기=힘을 다해 밀어붙이는 기본기술. 싸움소의 기초 체력과 특유의 뚝심이 필요하다. 뿔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정면 머리 공격으로 소싸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목치기 옆치기(배치기)=상대의 목을 공격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상대소의 옆구리 쪽 배를 공격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공격술이다.

▷뿔걸이 뿔치기=상대방 뿔을 걸어 누르거나 들어 올려 목을 꺾는 적극적인 공격 방법. 뿔을 좌우로 흔들어 상대의 뿔을 치며 공격하여 상대를 제압한다.

▷들치기 연타=머리를 상대 목에 걸어서 공격하는 기술. 노련미와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뿔치기 뒤에 머리치기로 이어지는 연속 공격으로 승률이 높은 기술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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