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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많은 인생' 위안부 故노수복 할머니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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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많은 인생' 위안부 故노수복 할머니 추모제

"할머니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즐겨 부르고 평생 잊지 못하신 노래, '아리랑'을 할머니 육성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풍파를 겪느라 우리말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고(故) 노수복 할머니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할머니의 '아리랑'은 완벽에 가까웠다.

추모제를 지켜보던 6명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노 할머니의 구슬픈 '아리랑'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향년 90세로 최근 태국에서 생을 마감한 고(故) 노수복 할머니의 추모제가 30일 오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11월의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80대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유족,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 등 30여명이 노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이날 아침 고국 땅을 밟은 노 할머니의 유해를 차분하게 기다리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검은 운구차에서 내린 영정과 유골함을 마주하자마자 두 손을 모으고 흐느꼈다.

추모제는 천막 아래에서 치러졌지만 비가 바람을 타고 할머니들의 뺨을 적셔 눈물과 빗물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일본군에 연행돼 싱가포르와 태국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노 할머니지만 영정 속에서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추모 분위기는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가 추모사를 읽어내려가면서 절정에 달했다.

"4월 태국 방문 때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며 팔뚝 힘을 자랑하시던 할머니. 8월에 고향을 방문하시고 행복하다 웃으며 고맙다 하시던 할머니. 우리 다시 만나는 날은 비가 아닌, 눈물이 아닌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반겨주리라 믿습니다."

1시간의 추모제가 끝나고 노 할머니의 영정과 유골함은 다시 운구차에 실렸다.

유골함을 쓰다듬던 할머니들은 차문이 닫히자 운구차를 어루만졌다.

"할머니, 잘 가세요. 한 많은 인생…. 저 하늘나라 가서 고이 잠드소서. 잘 가세요 할머니. 잘가요, 언니…."

노 할머니의 유골은 이날 오후 경북 예천군 선산의 부모님 곁에 안장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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