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는데도 갈 길을 잃은 사람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밤의 카페에 둘러앉아 있다. 얼핏 평범한 노천카페의 밤 풍경이지만 푸른 빛이 보도 위에 창백하고 을씨년스런 그림자를 드리우며 거리에 쏟아지고 그 빛의 경계 너머 어둠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으스스한 냉기마저 스며든다. 밤의 카페에 앉아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고독한 사람들로 자신들만의 두려움과 환상 때문에 또다시 서로에게서 동떨어져 부자연스런 고요 속에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렇듯 카페의 분위기에 청각과 시각이 암시적으로 지배하는 한밤중의 시티 라이프(city life)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깊이를 한층 더 느끼게 한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의 1942년 작 '밤새우는 사람들'(Night hawks)이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 사상 가장 많은 불법 복제품이 만들어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퍼가 이 작품을 제작할 시점은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면서 국내적으로는 공황상태와 함께 패전의식에 사로잡혀 국민들이 정신적인 방황을 겪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피신한 불빛 아래 공간에서 겉으로 보이는 연약함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감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어둠과 현저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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