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LG전자 모태와 금성사 TV공장

"LG전자의 흑백TV 모태 공장인 만큼 LG그룹이 투자 또는 인수하는 게 구미지역 정서상 맞는 것 아닌가요."

2009년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금성사 흑백TV 모태 공장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를 인수했던 국내 유일의 브라운관 TV 생산업체 '메르디안 솔라 앤 디스플레이'(MSD)가 지난달 말 부도(본지 1일자 14면 보도)난 것과 관련, 회사의 처리 향방에 기업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부도로 실직 위기에 내몰린 MSD의 430여 명 임직원들과 구미지역 상당수 기업인, 주민들은 이 공장을 LG그룹이 투자 또는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이 공장에 LG 정서가 너무 깊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1975년 금성사가 지방 사업장으로는 첫 준공한 흑백TV 공장으로, 엄청난 실적을 올리며 오늘의 LG가 있기까지 큰 밑거름이 됐다. 이 무렵 공장의 임직원은 최고 8천명에 달했고, 구미경제 부흥의 주역이었다.

일부 경제인들은 LG그룹이 구미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5개 계열사 공장을 두게 된 것도 이 공장 때문에 비롯됐다고 전할 정도다.

그러나 이 공장은 2001년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50대 50 지분으로 공동투자해 LPD㈜ 체제로 전환한 후 새로운 디스플레이 제품에 밀려 고전하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2006년부터 LG전자와 필립스가 회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채권단이 회사를 관리하다 MSD가 인수했다.

LPD란 합작기업은 LG가 기업의 재무개선을 위해 탄생시켰고, 시너지 효과를 못 내 오늘의 결과가 있는 만큼 공장 부도와 대규모 실직 위기 등 근원적인 발단은 LG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부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또 430여 명 임직원 상당수가 금성사'LG전자로 입사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주장의 또 다른 이유다.

MSD 마당에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흉상이 LG와의 경영 이별 이후에도 한동안 서 있었지만 1여 년 전 LG전자가 흉상을 옮겨갔다. 그러나 LG전자 모태 공장이란 구미지역의 정서까지 옮겨가진 못한 모양이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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