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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에 유명인 다 있다"…성대모사·모창 달인 3인방

대통령후보 유세 전매특허, 도태환 씨.
대통령후보 유세 전매특허, 도태환 씨.
김정일 국방위원장 흉내 김부승 씨.
김정일 국방위원장 흉내 김부승 씨.
설운도 현인 모창 달인 박일성 씨.
설운도 현인 모창 달인 박일성 씨.

이명박(대통령)'박지성(축구선수)'임재범(가수)'노무현(전 대통령)'앙드레김(디자이너)'허경영(정치인)'최종원(국회의원)'유해진(영화배우)'설경구(영화배우)'스타크래프트 유닛'옹알이 쌍둥이'신문선(축구 해설위원)'바비킴(가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슈퍼스타 KBS'에 등장하는 개그맨 안윤상이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이나 소리 등이다. 안윤상은 이 많은 성대모사를 10초 정도씩 이어가며 2분가량을 소화할 수 있는 진정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개그맨이다. 이 얘기는 끼 많은 개그맨이 노력만 하면 수많은 인물들의 성대모사가 가능하듯 일반인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만의 성대모사 한두 개쯤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변을 돌아보면 성대모사의 달인들이 의외로 많다. 지역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성대모사의 달인들을 만나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성대모사를 수십 년 반복해 몸에 익은 상태란 것이다.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듯, '해보라'는 말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곧바로 성대모사가 튀어나왔다.

◆대통령 선거 합동유세, 도태환 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제14대 대통령 선거 합동유세 현장입니다. 기호 1번 김영삼, 2번 김대중, 3번 정주영, 4번 김종필, 8번 백기완 순으로 연설을 진행하겠습니다. 기호 5번 박찬종, 6번 김옥선, 7번 이병호 후보는 불참입니다. 이 합동유세는 K 앙고라 텍스, 동산유지, 동아제약 박카스 드링크, 한일함섬 울 카시미르, 혼방사, 소머리표 마가린, 부채표 활명수, 충남방직 협찬입니다."

성대모사의 달인이자 실버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태환(66) 씨의 대통령 선거 합동유세 현장의 시작 멘트다. 청산유수처럼 도 씨의 해설이 이어졌다. 그리고 유세 순서에 따라 대통령 후보들이 한명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호 1번 김영삼, (어깨를 뒤로 살짝 젖히고 배를 내밀고 등장) "이(위)∼대한 궁민 여러분! 깨끗한 정부를 학실히 맹글겠습니다." 기호 2번 김대중, (무표정이고, 목이 꽉 쉬어야 하며, 다리를 절뚝 거리면서 등장하는 것을 강조) "에∼∼, 국민 여러분! 국민의 권리는 국민의 것입니다. 기회만 주십시오~. 민주당이 해내겠습니다. 김대중입니다." 기호 3번 정주영, (모기 목소리 강조) "아파트 값이 왜 이리 비쌉니까? 제가 책임지고 잡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깔∼보고…." 기호 4번 김종필, (눈을 감고 연설) "고추값이 소값 되고, 소값이 고추값 되고, 개값이 소값 되고, 소값이 개값 되고 물가가 이게 뭡니까?", 기호 8번 백기완, (도포 입고 초라하게 등장) "내가 대통령이 되면 경찰을 없애겠습니다. 38선을 없애겠습니다." 등등.

도 씨의 이 합동유세 성대모사는 그에게 TBC 장기자랑 최우수상과 대구MBC 달구벌 만평 출연의 기회를 가져다줬으며, 지금도 어딜 가나 제14대 대통령 선거 합동유세 현장 성대모사를 요청받고 있다. 당시 각 대통령 후보들의 특징들을 정확히 짚어내는데다 종합선물세트처럼 한 편의 쇼처럼 이어져 청중을 즐겁게 한다. 그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공방첩 정신을 강조하는 연설도 곧잘 한다. 이 모두 노력의 결과이고 당시에 했던 연설을 정확하게 흉내 내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성대모사, 김부승 씨

"오늘 래 생일을 맞아서 우리 북조선 린민 공화국을 찾아주신 국제 내외신 기자 양반들께 북조선 린민들을 대표해 딘심으로 고맙다는 환영인사를 올립네다. 기린데 생일 소감에 앞서 내레 기분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경제가 어려워서리 사흘에 보리피죽 한 그릇도 못 먹는다 그러는데…, 정말 그렇습네까? 와서 보니 안 그렇다면 박수 좀 크게 치시라우∼."

웃음건강 전문강사이면서도 성대모사로 유명한 김부승(66) 씨가 잘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성대모사다. 이는 10여 년 전 김정일 위원장이 생일 때 국제 내외신 기자회견 당시의 호소문을 그대로 옮겨서 반복연습을 통해 웃음 포인트를 둔 성대모사로 완성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상해임시정부 당시 대국민 호소문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전한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했던 정 회장에 대한 얘기 등을 원고 그대로 직접 육필로 쓰면서 연구를 거듭해 웃음강의 또는 행사 때 써먹을 수 있는 성대모사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이에 더해 '전설 따라 삼천리'와 '프로복싱 가두 선전방송'도 보너스 성대모사로 선사하고 있다.

36년 동안 일기를 써 온 그는 성대모사를 잘하는 비결에 대해, "먼저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려는 마음"이라며 "'웃음 따라 삼천리 만담 재주꾼'이자 '한국웃음폭탄공장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성대모사를 할 때 자기최면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설운도, 현인 등 모창, 박일성 씨

♬어머니∼∼, 아버지∼∼,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봅니다. 어머니∼.♬

가수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을 설운도보다 더 애절하게 부르는 박일성(69'본명 박점식) 씨. 그는 '오리지널 가수'의 노래를 그대로 따라하는 데 그치고 않고, 감정이입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해서 듣는 이들이 실제 눈물이 나도록 노래를 부른다. 이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성대모사 창법이다.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그의 성대모사 창법 18번 노래 중 하나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자주 사용한다. 그는 또 이 노래들을 일본어로 번역해서도 잘 부른다.

박 씨는 성대모사 창법으로 노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박자와 목소리,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성대모사 창법을 하려면 먼저 노래 박자에 정확하게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기본입니다. 노래를 할 때는 본인 목소리를 바탕으로 그 가수의 목소리에 최대한 가깝게 하며, 동작도 몇 가지만 잘 따라하면 보는 이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이 모창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을 수십 년째 하고 있다. 10년 넘게 대구 약령시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요양원과 양로원을 돌면서 노인들에게 유명가수의 모창을 맛깔 나게 선사하고 있다. 봉사공연을 할 때는 모창과 함께 각설이 타령, 배뱅잇굿, 원맨쇼의 달인 백남봉 흉내 등으로 큰 기쁨을 안겨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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