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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이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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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면 누구든 나에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후련하게 들려주었으면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바지락과 바지락을 맞비벼 치대듯이 우악스럽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면

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틀어막고 구석구

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

가장 아픈 데가 깔깔하고 깔깔한 그 바지락 씻는

소리를 마지막까지 듣겠지

오늘은 누가 나에게 이별이 되고 나는 또 개흙눈이

되어서

문태준

 

이별, 그냥 그렇게 와요. 누가 부른 것도 아니에요. 팽창했던 시간이, 부풀었던 환상이 경계를 지난 거예요. 우리에게 그렇게 몇 번의 이별이 와요. 풍경이 쪼개지고 밤낮이 바뀌고 노래를 닫는 낭자한 시간이 와요. 그러니 아무 말 말아요. 그 속에선 누구나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러나 한편 그렇지요. 캄캄해서 막막해서 아파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지요. 먹을 수도 없고 옴짝할 수도 없으니 무어라도 해야겠어요. 상반원리랄까요. 양은그릇에 바지락 넣고 박박 치대는 저 소리라도 들으시라는 것. 엉덩이 들썩이며 그 요란한 소리에 치사한 기억일랑 씻어버리시라는 것. 이것 참 기특한 애도작업이겠어요.

원래 고통은 고통으로 치유해야 해요. 한 고통으로 다른 고통을 덮어쓰기 해야 해요. 바지락 씻는 소리 같은 비명 고통의 환부에 대면 그 둘은 서로 호형호제, 울며 부둥켜안으며 한순간을 지나겠지요. 해감 뱉고 땟국물 빼고 말간 눈으로 서로를 보며 연민으로 진정하겠지요. 건드리면 주룩 눈물 흐를 것 같은 저 노을 함께 개흙눈이 되도록 이를 앙 물어야겠지요. 그렇지요, 이별이 오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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