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정서 거스르는 '김정일 분향소' 설치 소동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26일 서울대 학생회관 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같은 날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제지해 무산됐다. 또 '자주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의 공동대표라는 인물이 조문을 위해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에 대한 조문을 둘러싸고 남한 내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비록 소동 수준이긴 하지만 분향소 설치에 대해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판이 들끓었듯이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남한 정부의 조문 태도가 남북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검토하는 척도라며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의도까지 드러내는 상황이다.

김정일은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아웅산 폭파, 연평도 포격 등 호전적 성향으로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자신을 포함한 고위 계층은 호의호식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게 했고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아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했다. 이러한 그의 생애를 되짚어볼 때 분향소 설치 소동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어리석은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민간 조문단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은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의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민간 조문단이 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지만 야당도 대체로 정부의 방침에 수긍했다. 김정일에 대한 조문은 이처럼 국민 정서와 전략적 결정이 상충될 만큼 민감한 사안이어서 조심스럽게 다뤄져 왔다. 분향소 설치 소동과 같은 행위는 향후 대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