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학생 상담사로 활동하는 B씨는 요즘 아이들 대하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또래 간에 빚어지는 '약자 괴롭히기'(bullying)가 갈수록 어른 범죄를 닮아가고 가해자들의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만하다 싶으면 친구의 유명 메이커 옷을'한 번 빌리자'며 빼앗아 가거나, 집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사례도 많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 앞에서 대꾸도 못할 정도로 위축돼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3, 고1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주류였다면 최근엔 중1년생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A군의 자살사건 이후 청소년들 사이의 또래 폭력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확산 되고 있다. 저연령화되고 은밀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0월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2007년 8천444건, 2008년 8천813건에서 2009년 5천605건으로 잠시 주춤하더니 2010년 7천823건으로 다시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학교폭력은 2008년 495건에서 2010년 682건으로, 가해 학생 수는 같은 기간 1천279명에서 1천505명으로 늘어났다. 조치 내용별로는 2010년 경우 학교봉사가 746명으로 가장 많았고 출석정지 125명, 전학 57명, 학급교체 20명 등이었다.(표 참조)
시교육청은 "올 상반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50건)가량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면서도 "중학생의 학교폭력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개정 소년법 시행 이후에도 형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최근 잇따를 정도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은 높아지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징벌이 또래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경북대 교육학과 김진숙 교수는 "학교폭력의 가해학생들은 또래에게 힘을 행사하면서 다른 데서는 느끼지 못했던 우월감을 갖는다"며 "학교폭력은 처벌을 강화할수록 적개심만 키울 우려가 있다. 초교 4, 5학년 때부터 역할극 같은 체험교육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공감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정아 정책실장은 "시교육청은 지난 9월에 학교폭력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전년도 대비 학교폭력 횟수가 크게 줄었다고 홍보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며 "위기의 학생에 대한 전문적 진단과 보살핌을 위한 대안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탁'교육시키는 대구청소년대안교육원의 최해룡 원장은 "학교에서, 가정에서도 저버린 문제 학생들도 1~4주 정도의 밀착한 관심과 지도를 받으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다. 일반 학교에서는 힘에 부치는 이런 교육을 제공하는 작은 대안교육 기관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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