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나마나한 대구시립예술단 정기평가

실기평가 부적격자 판정 해놓고 개인평정에 반영않고 어물쩍

대구시립예술단이 소속돼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경.
대구시립예술단이 소속돼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경.

대구시립예술단이 최근 개인별 실기평가를 실시하고 적격자, 부적격자 등을 판정했으나 이를 개인 평정(실기평가 및 근무평가를 종합한 것으로 일반 회사의 인사고과에 해당)에 반영하는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지나친 '온정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정기 실기평가 결과 부적격자가 몇 명 있었다. 그러나 실기평가 결과를 평정에 반영하느냐, 않느냐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각 예술단 감독에게 있다"고 말했다. 해당 예술감독은 실기평가 결과를 개별 평정에 반영하는 문제에 대해 대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예술관련 대학교수는 "성실히 연습하고, 기량이 우수한 예술단원과 그렇지 않은 단원을 구별하기 위한 제도가 정기평정이다"며 "외부 심사위원과 공동으로 심사한 실기평가 결과를 종합평정에 반영하고 말고를 해당 예술단 감독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했다.

시립예술단 조례에 따르면, 정기평정에서 경고조치를 받은 단원은 3개월 뒤 재평정을 받을 수 있다. 재평정에서도 경고를 받을 경우 예술감독은 해당 단원을 시립예술단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고, 징계위원회는 해당 단원을 해촉 또는 감봉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예술단은 해당 단원의 반발과 해당 단체의 화목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절차를 기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09년 대구시향이 정기 평정결과를 근거로 일부 단원을 해촉했으나, 고용노동청의 행정처분에 따라 전원 복귀한 전례도 있어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대구시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경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최근 각 예술단별 실기평가와 관련, 시립예술단 노조는 "평가결과를 수용하려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 간 대화금지, 노조의 참관, 비디오 촬영 등"을 요구했고, 대구문화예술관회관 측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했다.

지역 문화계 한 원로 인사는 "예술감독의 재량권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시립예술단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쌍방이 수용하기로 합의하고 평가를 실시했다면 (종합 평정에) 반영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처리하다 보니 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구시립예술단원은 "더 많이 공연에 투입되는 사람,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지금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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