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달력을 보며 연휴를 확인하는 일이다. 징검다리 휴일에는 연차'월차 총동원해 미리부터 세심하게 휴가계획을 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사전에 업무 일정도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딱히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더라도 연휴는 직장인들에게 꿀맛 같은 휴식이다. 그냥 달력에 빨간 날이 줄줄이 이어진 것만 봐도 마음이 흐뭇하다.
하지만 2012년 새해, 이런 직장인들의 소망은 아랑곳없이 연휴가 '전멸'이다. 공휴일은 지난해보다 이틀 늘어나지만 한 주의 가운데 껴 있어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다. 연초부터 달력을 쳐다보면 한숨만 늘어진다. 이럴 때 꼬리를 무는 궁금증은 '대체휴일제는 도대체 언제쯤 하나?'는 것. 말만 무성했던 대체휴일제 이야기는 이제 수면 아래로 숨어버린 듯하다.
◆2012년 쉬는 날은 얼마나?
올해부터는 대구 지역 전체 학교에 전면 주 5일 수업제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주 5일제를 기준으로 공휴일을 따져보면 모두 116일이다. 사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경우 총 휴일 수는 121일에 달하지만, 일요일 또는 토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이 닷새나 되기 때문에 실제 휴일 수는 116일에 불과한 것.
시작부터 심상찮았다. 1월 1일 신정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불운한 시작을 예고한 것. 또 설날(1월 23일)은 월요일이지만 앞의 휴일이 일요일과 겹치고, 어린이날(5월 5일)이 토요일, 추석(9월 30일)이 일요일로 앞의 법정공휴일이 토요일과 겹친다. 1년 365일 중 무려 31.7%를 쉬는 셈이니 적지 않은 휴일이지만 괜스레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을 보면 짙은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직장인과 학생들의 심사다.
달력에 빨간 날만 따지면 66일이다. 지난해보다 이틀 늘었다. 올해 공휴일은 일요일 53번, 설날과 추석 연휴를 포함한 법정공휴일을 합해 총 69일이지만 설날과 추석 연휴가 일요일과 겹치면서 이를 제외하면 실제 공휴일은 66일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4월 11일)와 대통령 선거(12월 19일)가 예정돼 있어 출근일이 이틀 줄었다.
연휴는 아예 전멸이다. 기본 공휴일인 토'일요일과 이어지는 날은 석가탄신일(5월 28일'월요일) 딱 한 번뿐. 상사 눈치 봐가며 하루 연월차를 사용하더라도 며칠을 쉴 수 있는 징검다리 연휴조차도 3'1절(목요일), 성탄절(화요일) 등 두 차례가 전부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휴가를 연장할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설 연휴. 설(1월 23일'월요일)은 토'일요일과 이어지는 나흘 연휴로 조금 여유롭게 고향을 다녀올 수 있을 듯 보인다. 하지만 추석 연휴의 경우 추석(9월 30일)이 일요일이어서 고향 다녀오는 길이 북새통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휴일제 논의는 어떻게 됐나?
이렇게 달력을 보며 한숨을 내쉴 때 떠오르는 생각은 '대체휴일제'. 대체휴일제란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면 평일 가운데 하루(대체로 월요일)를 쉬게 하는 제도다.
대체휴일제 논란은 MB 정부 초기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대체휴일제 도입을 검토한 이유는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와 매년 들쭉날쭉한 우리나라의 공휴일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은 연간 14일이지만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실제 공휴일 수는 6~11일에 불과한 것. 이 때문에 명목상 공휴일 수는 미국(14일), 일본(15일), 독일(15일) 등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실제 쉬는 날은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노동절은 9월 첫째 월요일'과 같은 '요일 지정 방식 휴일제'와 '대체휴일제'를 통해 연간 공휴일 수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공휴일 14일을 모두 쉴 수 있는 해는 전무후무하다고 볼 수 있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같이 날짜 지정 방식을 따르다 보니 주말과의 중첩을 피할 수 없어 정해진 일수만큼의 공휴일을 쉬지 못하는 현실이다.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대체공휴일제 도입 때 약 11조~12조원의 기업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내수경기 진작 및 근로자 휴식권리 보장을 통한 산업재해 감소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총편익은 약 35조5천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따라서 기업비용을 계산하더라도 약 24조원의 순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체휴일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후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업, 여행업 등 여가산업의 매출이 증가한 바 있으며, 프랑스'미국'일본'중국이 각각 경제대공황 및 극심한 경기불황을 휴일정책을 통해 극복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1천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체휴일제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면 여행 총지출 비용이 약 2조3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 여행의 1인당 휴가 비용은 평균 20만2천원, 평균 휴가일 수는 2.7일로 하루 휴가를 위해 사용한 돈은 평균 7만5천원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가운데 대체휴일을 휴가여행으로 활용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69.8%였다. 대체휴일이 사흘 발생한다고 했을 때 응답자 가운데 54.5%가 1회, 28.7%가 2회, 16.8%가 3회를 휴가여행으로 쓰겠다고 응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은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대체휴일을 휴가여행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체휴일제를 통한 내수 활성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정부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해 내수, 특히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 분야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업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기존 휴일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휴일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경제계의 반발이 만만찮은 것이다. 대체휴일제에 대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초 중소기업 441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휴일제 반대 의견은 63.9%, 찬성의견은 35.4%였다. 반대의견을 보인 업체를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제조업이 70.5%, 규모별로는 소상공인이 64.2%로 가장 높다. 이들은 대체휴일제 반대 이유에 대해 '공휴일이 늘어도 쉴 수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인건비가 증가한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경제계는 "대체공휴일 도입 시 내수 진작 효과보다는 생산 차질로 인한 전체 국가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유급휴일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공휴일 확대의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유급휴일제도란 휴일에 일을 하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이로 인해 국내 상당수 기업들은 휴일 근로의 경우 평소 임금의 250~350%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휴일 근로에 따른 임금이 대부분 150% 미만에 불과해 차이가 있다는 것.
경제계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센데다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결국 대체휴무제는 흐지부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일부 법정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해 쉬도록 하는 요일지정제는 기념일 제정의 본래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대신 대체 휴일제는 산업계 반발 등으로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 과제로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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