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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자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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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미국은 석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석유의 시대를 절감했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는 더 이상 초대형 유전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석유의 보고인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갖은 공을 들였다. 당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한 자원외교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적이 잘 말해준다.

미국은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부터 했다. 바로 무기 대여법의 개정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였다. 따라서 왕조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연히 무기 대여법의 적용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로 규정을 바꿨다. 이렇게 한 다음 루스벨트가 직접 나섰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도중 루스벨트는 이븐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미 해군 순양함에 초청, 온갖 정성과 예의를 갖춰 대접했다. 예정된 두 시간을 넘겨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줄담배의 애연가였던 루스벨트는 담배를 싫어한 국왕을 예우해 끝까지 담배를 참았다. 또 국왕의 식사를 위해 냉동육 대신 살아있는 양을 싣고, 양탄자가 깔린 천막을 설치하는 감동까지 안겼다.

반면 영국은 많은 원조를 해준 덕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기득권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루스벨트와 사우드 국왕의 회담 소식을 들은 처칠은 나흘 뒤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사우드 국왕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사우드 국왕 앞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까지 피워댄 처칠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까지 선물했으나 소용없었다.('부의 역사' 권홍우)

얄타회담에 이은 사우드 국왕과의 회담은 병약한 루스벨트에게는 매우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 후유증 때문이었는지 루스벨트는 사우드 국왕과의 회담 2개월 뒤 사망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확고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런 게 자원외교다. 건강이 나쁜 대통령이 후유증으로 사망할 정도로 정성을 들여야 성공하는 게 자원외교라는 거다. 반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뻥튀기해 자기 배를 불리는 오리(汚吏)들이 판치는 게 우리의 자원외교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담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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