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새누리당(한나라당) 전 대표가 8일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자신의 거취를 '당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하자 당 안팎에서는 '역시 홍준표다운 승부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 전 대표는 10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상대권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공천도 (박 위원장이) 비상대권을 갖고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당을 이끌어왔던 중진의 도리"라고 했다. 중진들의 진퇴문제 등을 촉구하는 뜻이 강하게 담겨있는듯 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부산에서 불고 있는 태풍을 저지하지 않으면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조기에 세울 것을 촉구했다. 이는 당이 자신을 문 이사장의 대항마로 전략공천하면 당명을 따를 것임을 강하게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의 비대위 체제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박근혜당'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금 박근혜 체제를 비난하면 더 힘들어진다. 어떤 식으로든 도와서 당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도 했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배경은 무엇인가
"당에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내 나이가 올해 만 58세로 용퇴할 나이는 아니다. 당에 포괄적인 권한을 주고 공천 적격여부에 대한 전권도 주겠다는 뜻이다. 당의 운명을 맡겼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진들도 당에 생사여탈권을 맡기고 당이 결정하는대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대표직 사퇴 전후에 박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나
"없다. 원래 그렇게 하시는 분이니까 이해를 한다. 박근혜식 정치에 익숙하다. 전화통화를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박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만간 홍 전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박 위원장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당내 제세력들을 포용해야 총선, 대선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공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위원장에게 공천에 대해 조언한 적이 있다. '개혁 공천'과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 서울 강남 등 11개 지역구와 TK, PK지역에 대해서는 개혁 공천을 하고 나머지는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 또 부산 사상과 사하을, 김해, 양산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역에서 태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빨리 대항마를 찾아서 '타깃 공천'을 해야 한다.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50%을 넘었다는 조사도 있다. 태풍에 조각배로 맞서서는 이기기 어렵다. '맞불 공천'을 해야 한다.(최근 홍 전 대표는 부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비대위에 대한 평가는
"요즘 비대위의 활동이나 그 사람들이 방송이나 언론에 나와서 무절제하게 내뱉는 말이 우리 지지층을 다 떠나가게 하고 힘들게 한다. 비대위원들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정신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우리의 지지층을 무너뜨리고 있다. 선거는 자기 지지계층을 얼마나 투표소에 가게 하느냐, 가게 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취해온 것은 참보수가 아니라 탐욕적 보수였다. 지금 비대위에서 하는 짓은 참보수의 길이 아니다. 전통적 지지계층도 무너지는 판이다. 총선과 대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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