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벼락부자 반복창, 불과 2년 사이 빈털터리 신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천의 내로라하는 땅부자 최만영은 왜 군산 앞바다에 투신했을까. 한반도를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은 조선 최초의 선물거래장 '미두취인소'. 미두취인소는 어떻게 식민지 조선의 경제를 붕괴시켰나. 23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1 TV '역사스페셜'에서 그 이유를 밝힌다.
미두(米豆)는 글자 그대로 쌀과 콩을 말한다. 1896년 설립된 인천 미두취인소에선 현물 없이 일정기간을 두고 쌀과 콩의 거래가 가능했다. 오늘날 선물거래와 유사하다. 명목상으로는 쌀 공정거래시장이었지만 실제로 쌀은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단지 미래의 쌀 가격을 예측해서 사고팔았다. 쌀값의 10%만 있으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적은 돈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미두거래소는 대박을 노리는 미두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곡물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반복창은 이 시기 투자하는 족족 시세를 맞추며 큰돈을 쓸어 담는다. 그러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수익'고위험 구조의 덫에 걸리며 투자 실패를 거듭한다. 결국 2년 만에 전 재산을 탕진하며 '반복창 신화'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미두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입는다. 미두취인소는 일본에 의한 시스템이었다. 당시 땅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현금은 미두취인소에 수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마치 카지노처럼 합법적으로 조선인들의 부를 강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두시장이 활용된 것은 아니었을까. 교묘하게 조선 경제를 수탈한 일본의 수법을 고발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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