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구인·구직난의 불편한 진실 바로잡아야

올 상반기부터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채용박람회가 각급 행정기관이나 협회, 공단 등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구직자가 원하는 수준의 임금, 복리후생 등을 맞출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인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다른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특히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인력 공급원인 특성화고 졸업생조차 취업보다는 진학을 선택하거나 취업의 길을 택하더라도 대기업, 공기업, 중견기업 이상의 근로조건이 우수한 기업 위주로 진출하고 있어 기능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황을 살펴보면 5인 이상 중소기업 3만여 개를 조사한 결과, 부족 인력이 23만7천 명(부족률 3.3%)으로 대기업 부족 인원 3만3천 명(부족률 1.5%)에 비하면 매우 높다. 특히 중소제조업의 경우에는 6만5천 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직종별로 보면 연구직이 5.45%, 기술직 4.7%, 기능직 3.89% 순이며 규모별로는 종사자 50인 미만의 소기업이 4만6천 명으로 가장 많고 지역별로는 비광역권이 3만7천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중소기업의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청년 취업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부족, 임금 등 상대적으로 낮은 복리후생, 열악한 작업환경을 들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올해 4년제 대학을 나온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천459만원이지만 중소기업은 2천254만원으로 대기업과 1천205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격차가 커진 이유는 대기업은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 인센티브 등을 매년 향상시키는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인재 확보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의 열악한 작업환경도 취업하기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예로 대학에서는 방학기간이 되면 지역 산업체에 학생들을 현장실습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현장실습이 끝나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 진로를 바꾸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문제는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생산능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므로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이 비록 대기업에 비해 여건이 어렵지만 필요인력 확보를 위해 보다 전향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임금, 복리후생, 작업환경 등을 적극 개선해 나감으로써 전문인재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에 인건비 보조 등의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결국 열쇠는 중소기업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선제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한다든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중소기업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학생들이 갖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제거해야 한다.

또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회사의 미래 발전상을 보여 주는 로드맵이나 비전 제시도 중요하다. 신입직원이나 근로자에게는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줘야 소속 기업에 계속 근무해야 할 이유가 된다.

구직자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신입직원을 맞는 중소기업 CEO를 비롯한 임직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대기업의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현실에서는 임금과 작업환경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지역의 우수인재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미래 산업을 선도할 첨단기업을 육성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중소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자금, 기술, 컨설팅 등의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위상과 중요성은 높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와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고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우수인재들도 중소기업을 찾을 것이다. 역동성 등 장점을 가진 중소기업이 미래지향적인 청년들이 자랑스럽게 근무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로 인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대수/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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