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당신 곁을 스쳐간 행복

식량 저장과 재화의 저축 능력은 인류에게 장점과 부작용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저축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더 윤택한 삶을 누리게 해 준 반면, 쉬지 않고 일하고 끊임없이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오늘 당장 필요한 식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해 인류는 엔진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초지를 불사르고, 가축을 길렀다. 엽총을 들고 들판으로 나가 가축을 노리는 늑대를 사살하고,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로 경작에 방해되는 풀과 곤충, 세균을 박멸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일한 덕분에 인간은 오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을 얻게 됐다. 덕분에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 좋은 옷을 구하게 됐다. 그렇다고 생활이 행복해지거나 안락해진 것은 아니다. 싸움과 욕심, 질시와 경쟁, 고독은 더해졌다. 저축이 불필요하다거나 가난한 생활이 더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1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영국 작가 조지 기싱은 "사람들은 흔히 돈으로 가장 귀한 것을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상식적인 말은 곧 그가 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즐거움과 소박한 행복을 가난 때문에 상실해야 했던가"라고 고백했다.

맞는 말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지만, 가난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있다. 그러니 먹을 수 없고, 입을 수 없고, 잘 수 없는 이른바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면 가난 탈피와 저축을 제1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입을 얻으면서도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저축하기를 원하는 까닭에 우리는 다른 가치를 잃어버렸다.

세상에는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 좋은 음식 말고도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이 있다. 공감, 행복, 여가, 음악, 만족 같은 것일 거다. 작은 집과 작은 자동차, 낡았지만 깨끗한 옷, 거칠지만 신선한 음식에 만족하면 훨씬 적게 일할 수 있고, 그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즐길 수 있다.

'더 좋은 자동차'를 장만하기 위해 숨이 막히도록 경쟁하고, 온갖 후유증을 남기며 일하는 동안 행복은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인생의 목적이 더 편리하고, 더 세련된 자동차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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