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아파트 옆 레미콘 공장…먼지·소음 고통

선잠자기 일쑤 창문 못 열어, 주민들 찜통더위 속 이중고

"새벽마다 레미콘 공장으로 들어가는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대낮에는 트럭에서 발생하는 먼지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합니다."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인근의 레미콘업체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민 박영신(46'여) 씨는 무더위에도 창문을 못 연다고 했다. 아파트와 폭 10m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레미콘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탓이다. 1, 2시간 창문을 열어두면 거실에 있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먼지로 뒤덮인다는 것. 공장이 가동되는 오전 5시 무렵부터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의 소음으로 선잠을 깨기 일쑤고, 대낮에도 이들 차량의 소음 때문에 옆 사람과 얘기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박 씨는 "공사장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라며 "창문을 열지 못하니까 찜통더위에 더 괴롭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박 씨의 아파트단지 앞 도로에서 지켜본 결과 10분 동안 10대가량의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지나갔다.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덜컹' 하는 소음이 아파트 단지까지 들렸다. 한 주민은 "레미콘공장에서 기사를 부르는 방송 소리, 차량 경적 소리 때문에 새벽에 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주민들은 또 도로 폭이 10m에 불과해 레미콘 차량이 통행하기에는 너무 좁고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했다. 실제 지난 4월 공장 이면도로로 진입하던 레미콘 차량에 길을 건너던 사람이 치이기도 했다. 레미콘 공장으로 들어가던 한 트럭이 좌회전하려다가 도로폭이 좁아 다시 후진하던 중 직진하던 승합차와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 주민 성순례(50'여) 씨는 "4년 전 입주할 때부터 주민들은 레미콘 공장의 소음과 먼지, 레미콘 공장을 들락거리는 차량 때문에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새벽이나 심야에 작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한 뒤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며 "소음'먼지 발생에 대해 보건환경연구원 등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원료 야적장에 분진차단망을 덮고 새벽이나 야간에는 생산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공장을 드나드는 운전기사들이 경적을 울리지 않도록 하고 새벽에는 기사를 부르는 사내 방송을 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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