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시정을 오랫동안 맡았던 한 전직 시장은 별명이 '안동포'였다. 여기서 '포'란 대포의 준말로 그의 활달한 성격과 유창한 언변 그리고 유머 감각을 상징한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가 '안동포'로 불리게 된 데는 '안동간고등어'도 한몫을 했다. 안동을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그는 노릇노릇 감칠맛 나게 구운 안동간고등어 안주에다 안동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바이오주'란 폭탄주를 한두 잔씩 권하곤 했다.
이와 함께 터트리는 너스레가 바로 '안동댐 고등어 양식론'이었다. "안동간고등어의 원료인 통고등어는 모두 안동댐에서 양식(養殖)하는 것인데, 요즘 가뭄으로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고등어 양식에 어려움이 참 많아요!" 시장의 이 천연덕스러운 유머에 경향 각지에서 온 정관계 인사들이나 문화예술인들은 더러는 반신반의하지만, 대부분 속아 넘어가고 말았다. "아! 안동댐에서 고등어도 양식을 하는군요. 그래서 안동간고등어가 유명한가 봐요!"라고 맞장구를 쳤다가 그게 농담인 줄 알고는 박장대소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안동간고등어가 그만큼 안동과는 불가분의 역사적, 지리적인 인연을 가진 명품 브랜드라는 방증이다. 그 안동간고등어 업계가 창업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따른 국산 원료 가격 상승에다 유사 상품의 유통으로 매출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를 악용해 값싼 수입 고등어를 대량으로 들여와 안동간고등어로 포장해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일까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원산지조차 불명확한 저질 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경남 지역 간고등어 업체에 안동간고등어 상표를 빌려주고 대가를 챙기는 사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안동간고등어생산자협회의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전 사원이 판촉에 나서는 전례 없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동간고등어는 농수산식품부의 최우수 수산물 브랜드로 선정되었고, APEC 경제회의에서 최우수 글로벌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온 향토 특산품이다. 안동의 지리적 특성과 엄선된 원료의 체계적인 관리 그리고 차별화된 제조 공정과 염장 기술의 전승이 이루어낸 한국을 대표할 만한 식품 브랜드이다. 안동간고등어에 대한 온 국민의 보다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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