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포항과 야구

1970, 80년대는 고교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경북고, 대구상고라는 대구의 전통 명문들이 전국 야구판을 휩쓸고 있었고, 당시 신예였던 대구고는 '도깨비팀'으로 불리며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내곤 했다. 그런데 1983년 야구의 변방이던 포항에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포철공고는 창단한 지 3년째를 맞은 신생 팀이었는데 그해 청룡기 대회에서 강호들을 연파하고 당당히 결승에 진출했다. 천안북일고에 0대 1로 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되긴 했지만, 그 이름을 전국에 알린 계기가 됐다. 봉황대기에서도 결승에 진출했으나 그해 3관왕이었던 광주일고에 또다시 패하는 바람에 두 번 연속 준우승의 불운에 떨어야 했다.

당시 포철공고는 타격의 팀이었다. 3, 4할대를 치는 강타자들이 즐비했는데 정성룡, 최해명, 이상대, 김순원 등이 주축이었다. '제2의 장효조'라고 불린 정성룡은 장효조와 비슷한 체구와 타격 자세를 가진 왼손 교타자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포철공고 졸업 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서는 백업 요원이나 대타로 출장했을 뿐,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 했고 해태로 이적했다가 은퇴했다.

포철공고 출신으로 기억나는 선수는 투수 오봉옥이다.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첫해인 1992년 13승에 승률 100%를 기록해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 후 쌍방울, 기아, 한화를 거쳐 2006년에 은퇴했고 현재는 고향인 제주에서 중학교 감독을 맡고 있다. 현재 롯데의 거포 강민호와 삼성의 권혁'심창민, 두산의 최준석도 포철공고 출신이다. 포철공고가 한때 전성기를 구가한 것은 당시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잔디구장에서 연습을 했고 학교의 뒷받침이 대단했기에 가능했다.

요즘 포항은 또다시 야구 때문에 난리다. 한반도 전체가 런던올림픽에 매몰됐다고 하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포항야구장 개장에 맞춰 14일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삼성과 한화의 3연전 입장권을 구하려는 시민들로 인해 '전쟁터'나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하다. 인터넷 예매가 3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고, 경기 당일 텐트족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포철공고로 대변되던 야구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한 시민들의 욕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포항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9게임을 한다고 하니 시민들의 불만이 다소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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