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 프레임

이제는 더위도 한풀 꺾였지만, 올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인 것 같다. 대구 생활이 처음인 필자로서는 뜨거운 대구의 여름 날씨를 제대로 느껴본 것 같다. 폭염을 피해서 8월 초에 휴가 기간 중에 읽은 '프레임'이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심리학에서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하며,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최근에 개최된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단이 세계 5위로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선수는 왠지 모르게 아쉬운 표정을 짓고, 동메달을 수상한 선수들은 다소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선수보다 동메달을 수상한 선수들이 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명문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선수들이 자신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함으로써 객관적 성취를 재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메달 수상자의 가상의 성취는 금메달이었고, 동메달 수상자의 가상의 성취는 '노메달'이었기 때문이란다. 일종의 프레임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저자(著者)는 이와 유사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프레임이야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원리이면서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육성, 전통시장 활성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취업하고 싶은 견실한 중소기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은 여전히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활성화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은 많은 부분에서 성과와 진전이 있었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일종의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청년들이 취업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 대해서는 장점만 보려고 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단점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편리함만 보려고 하고, 전통시장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와 따뜻한 정(情)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아울러 대기업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자기중심적' 프레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겠다.

청년층을 비롯한 소비자와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잘못된 프레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중소기업과 전통시장도 스스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추고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계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3권(勸) 3불(不) 운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확산된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리라고 기대한다. 3권(勸)은 인재채용'환경개선'혁신경영을 권장하고, 임금체불'인권침해'탈세오명 등을 하지 않는 3불(不)을 중소기업 스스로 이행해 중소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킨다는 일종의 자정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은 어느 한 해, 특정한 시기에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해 나가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독자들도 중소기업이 노력하고 있는 3권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은 보지 않고, 3불에 대한 부정적 요소만 본다면 일종의 편견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선수가 은메달을 수상한 선수보다 더 큰 만족감을 나타내듯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대기업과 대형마트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권대수/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