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의 갈등을 만드는 '적대자' 역할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 역시 등장한다. 이 장애물이 사람으로 등장할 때 '적대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들을 나쁜 놈, 악당, 경쟁자 등이라고 말한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국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루크를 방해하는 다스베이더나 '터미네이터'의 미래에서 온 상대방 터미네이터가 대표적이다.

만약 이런 적대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영화는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주인공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기에 그는 아무 어려움 없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즉 가가멜이 없는 평화로운 '스머프 마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서 적대자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적대자가 반드시 상대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의지박약의 주인공이 있다면 그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대자는 자기 자신이 될 것이며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에서 연인을 방해하는 것은 그 사회의 신분제도 자체가 장애물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적대자나 장애물은 주인공과 대등한 역학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적대자가 너무 약하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인공의 목표 성취가 너무 쉬워질 것이고 이야기는 빈약한 것이 되고 만다. 반대로 우리의 주인공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압도적인 적대자가 등장한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없게 되어 영화의 이야기는 역시 곤란하게 된다. 이처럼 적대자는 주인공에게 매우 상대하기는 어렵지만, 극복 가능한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서 주인공이 적대자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패배하는 것으로 결말을 맞이하거나 여전히 투쟁 중인 상태로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적어도 주인공이 고개를 떨어뜨리는 순간까지는 그 자신이 실패의 불가피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은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면서 적대자와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래야만 관객도 혹시나 주인공이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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