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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제작에 도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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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영화 지망생들에게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학습'과 '모방'이 있는데 한쪽에서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들에 대한 학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곧 그것을 모방하게 되기 때문에 작가의 창의성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학자나 감독, 필자의 생각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쪽이다. 이런 논쟁 자체가 영화 지망생들에게 국한돼 있다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데 필자도 처음 영화를 시작하던 어린 시절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오히려 독창적 영화 만들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영화를 만들고, 또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은 오늘 나온 영화는 결국 어제 나온 영화의 모방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의 많은 젊은 감독들은 조지 루카스를 모방하고 있고 루카스는 구로사와 아키라를 차용했다. 영화를 넘어서 이야기라는 부분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면 영화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부터 작품을 연출했던 아키라는 셰익스피어를 차용했으며 셰익스피어 역시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 한 장면처럼 원시인이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변모하는 거대한 역사의 확장만큼은 아니지만, 학습이 가진 당위성은 증명된다.

그리고 작가의 세계관이라는 부분 역시 성장 배경상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는 '갸루상'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어느 날엔가 '태아'임을 주장한다. 태아가 말을 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는 없으므로 그 역설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던지게 되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바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창의적 사고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제의 영화를 모방하고자 함이 아니라 내일의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응용'의 노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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