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해진 암표…경찰 단속 0건

입장권·현금 주고받는 장면 직접 현장 발각돼야 입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4일 대구시민야구장 앞에서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4일 대구시민야구장 앞에서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개막되면서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암표상들의 암표 판매 수법이 점점 지능화'다양화되고 있어 경찰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24일 오후 4시쯤 대구시민야구장 매표소 주변은 한국시리즈를 보러 온 관중들로 혼잡했다. 한 여성 암표상이 기자에게 다가와 "표 살래요?"라고 물었다. 암표상은 "외야석은 5만원이고 내야 지정석은 10만원에 주겠다"며 "지금 안 사면 표 구하기 힘들 테니 마음을 빨리 정하라"고 했다. 기자가 거절하고 물러서자 이 암표상은 "4인테이블석 10만원은 어떠냐"며 흥정을 계속하려 했다. 야구팬들이나 다른 암표상들에게 "남은 표를 내게 팔라"고 꼬드기는 암표상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암표상 40~50명이 몰려와 암표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암표상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종 수법으로 암표를 팔았다. 암표상이 암표를 사려는 관객을 매표소와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경찰의 눈을 피한 뒤 표를 파는 행위는 이미 고전적인 수법으로 통한다. 기자가 발견한 한 암표상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손님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한 커플이 암표상과 통화하며 다가왔고 암표상은 명단을 펼쳐 전화번호와 예매한 표를 확인한 뒤 커플에게 표를 넘겼다. 이는 주로 젊은 암표상들이 쓰는 수법으로, 미리 표를 확보해 둔 뒤 인터넷 중고물품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표를 사려는 사람을 모으고 현장에서 예매자 명단을 확인한 뒤 표를 넘기는 것이다.

이 같은 수법을 쓰는 이유는 관객에게 표를 건네주고 돈을 받는 장면이 경찰에 발각되면 암표 판매 혐의로 입건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정적인 증거가 돈을 건네받는 장면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놓치면 적발해도 암표상이 오리발을 내밀기 십상"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경찰은 '결정적 장면'을 포착하는 데만 급급할 뿐 지능적으로 변한 암표거래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경찰청과 대구 북부경찰서는 이날 20명의 인력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암표 단속을 벌였지만 단 한 명도 적발하지 못했다. 단속을 나온 한 경찰관은 "23일 부산 사직구장 플레이오프 경기 때 있었던 암표상들의 난동 때문에 경찰 인력이 많이 풀릴 것이라고 예상한 암표상들이 몸을 사린 것 같다"면서 "몇몇 경찰들은 암표상들에게 얼굴이 너무 많이 알려져 암표상들이 피해 다니기도 해 암표상 검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암표 가격은 정상가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단속의 근거도 사라진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암표 판매 수법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단속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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