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유기견 입양

3살 된 갈색 푸들 수컷 유기견이 구조되어 왔다. 외형이나 관리 상태로 봐 보호자가 실수로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집을 도망친 경우인 것 같았다.

유기견이 구조되어 오면 수의사회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려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과 구조 장소, 추정 연령, 구조 당시의 특징 등을 알려준다. 구조되어 온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입양하겠다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보호기간 10일이 지나 입양자를 심사한 후 중성화 수술과 예방 접종을 실시한 후 입양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하고 연락처를 받아 놓고 전화를 끊고 나니 뒤가 개운치 못했다.

현재 병원에는 유기견 13마리가 보호받고 있다. 8살가량 된 개와 뚱뚱하고 계속 짖는 닥스훈트를 빼면 모두 잡종견이다. 2개월 된 어린 개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은 개다. 생후 1주일 된 갓난 새끼견 4마리가 구조돼 들어왔다. 병원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젖병을 물리며 보살피고 있다. 유기견이던 어미가 분만 도중 사망해 동네 주민들이 병원에 데리고 왔다.

유기견도 인물이 잘생기거나 혈통이 좋아야 새로운 주인이 나서 쉽게 입양이 된다. 푸들을 입양하러 오신 분들에게 잡종 유기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입양을 권유하면 대부분 그냥 돌아간다. 반려동물을 사랑해 키우려고 하는지 아니면 순수혈통이라고 자랑하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키우는지 궁금하다.

잡종 유기견을 입양한 분들 가운데 다시 보호소에 데리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이 개를 돌보지 않으면 이 잡종 유기견은 보신탕집으로 팔려가거나 또다시 떠돌아다닐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더욱 잘 돌보게 된다.

잡종견들은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다. 2, 3개월만 키우면 주인의 말을 잘 듣고 대소변을 잘 가린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재롱을 잘 부린다. 머리가 영리하여 무엇을 가르치면 금방 따라하기 때문에 귀여움을 많이 받게 된다.

순수혈통견은 누구나 키울 수 있어 다시 버려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고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고, 나의 생활 패턴과 주거 환경을 감안하여 선택을 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구입하거나 혈통만 보고 선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때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 번 선택한 반려동물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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