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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정치철학의 해법, 헤겔 논리에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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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정치철학의 통찰과 맹목/나종석 지음/에코리브르 펴냄

철학이 사라진 디지털 시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자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아무렇게나 인용 또는 변용해 사용하고, 칸트의 순수이성'실천이성'판단력 비판을 제법 아는 것처럼 언급한다. 실제 철학 전공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도 그 시대에 한평생 연구했던 대철학자의 연구과제가 쉬운 논제일 수는 없다.

이들은 차치하고 다시 일반 독자들에 포인트를 맞춰보자. 헤겔에 대해 알고 있는 대로 답하시오. 변증법 철학, 독일 철학자, 콜레라로 사망. 부끄럽지만 뭐 이런 수준이다. 헤겔의 변증법도 사실 잘 모른다. 그저 정(正)-반(反)-합(合). 똑바른 것이 있으면 반대되는 것이 나오고 그를 통해 통합된 결론이 도출되는데 그 합이 또 정이 되고 또 반이 등장하고 그리고 또 다른 합이 나오는 순환논리. 대략 맞는지 모르지만 유치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 저서의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헤겔에 대해 조금은 깊이 알자. 먼저 풀 네임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1770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1831년 콜레라로 사망했다. 관념철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철학자로 칸트의 이념과 현실의 이원론을 극복하여 일원화하고, 정신이 변증법적 과정을 경유해서 자연'역사'사회'국가 등의 현실이 되어 자기 발전을 해가는 체계를 정리했다. 첫 저술은 '피히테와 셸링의 철학 체계의 차이'. 독일 최고의 대학인 하이델베르크대, 베를린대 교수를 지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헤겔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는 이 헤겔을 화두로 삼아 서구 근대와 근대 너머의 가능성을 사유하려 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헤겔과 함께하는 비판적인 성찰이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우회할 수 없는 길이라는 신념 때문에 헤겔과의 대결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한 지식인의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이 저서는 저자의 헤겔 정치철학에 대한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차이와 연대'(길 펴냄, 2007년).

이 저서는 전체 내용을 요약해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헤겔 철학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자유이론은 시민들 스스로 통치하는 행위 속에 참다운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현대 사회는 헤겔이 말한 자유이론의 이상과 목표와는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본과 국가 관료적 행태 그리고 특권화된 계급 때문이다. 헤겔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시킬 현대적 정치철학 해법을 이 책을 통해 사색해보자. 392쪽, 2만5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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