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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나는 글자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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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글자를 간다 -맹문재

나의 어머니는 알베르 까뮈의 어머니처럼 글자를 모른다

귀가 어둡고 말이 어눌하고 글자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 대신 농사일 같은 걱정을 쓰신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받아서 글자를 쓴다

오기로 쓰고 용기로 쓰고 나침반으로 쓰고 운명으로 쓴다

날씨를 쓰고 불안을 쓰고 배경을 쓰고 희망을 쓴다

상처도 정보도 대출 이자도 쓴다

마침내 배수진으로 쓴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배수진으로 치느라고 글자를 칼을 갈 듯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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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권력 행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써야 합니다. 그 누군가는 늘 그늘에 있는 존재, 얼음이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풀리는 응달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 시에서처럼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와 같은 삶을 대필하는 사람이 시인의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가 칼을 가듯 비장한 심정으로 삶을 살아가듯이, 시인은 그런 비장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겠지요.

박현수<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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