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도 잠자리도 실수 연발 "이게 웬 망신"
직장인 A(40) 씨는 지난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펜션이나 민박을 이용하고 식사는 식당 등에서 해결했다.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캠핑을 하기로 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초기 장비 구입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A씨는 캠핑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들렀다. 매장 직원이 다양한 캠핑 장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직원이 권하는 대로 정하고 계산대에 섰다. 400만원이 훌쩍 넘었다. A씨는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가족을 위해서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 카드를 그었다.
A씨는 장비를 들고 집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거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와이프에게는 어떻게 말할까? 장비를 본 부인은 깜짝 놀랐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이게 다 얼마냐?"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어~어 할인해서 150만원 정도에 샀어…." 부인은 내키지 않았지만 야외에서의 아름다운 밤을 상상하며 마지 못해 동의했다.
기분이 좋아진 A씨는 캠핑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화롯대에서 불장난을 하고, 고기를 굽고, 군고구마도 구워먹고… .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A씨는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너무 멀지도 않고 도시의 찌든 때를 벗겨 낼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괜찮은 곳이 있어 클릭해보니 벌써 예약이 끝나 있었다. 오지 캠핑장 이외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A씨는 몰랐던 것이다. 예약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공원캠핑장 한 곳을 겨우 찾았다.
드디어 캠핑을 떠나게 된 날, 수납을 고려치 않고 구매한 장비가 승용차 좌석까지 꽉 찼다. 그래도 캠핑에 대한 설렘으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떠났다.
캠핑장에 도착해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겨우 길 통로 옆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인터넷을 통해 텐트 치는 법을 배웠지만 막상 치려고 하니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폴대를 어디로 넣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2시간 가까이 텐트와 씨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인은 점점 말이 없어졌고 딸아이는 칭얼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치고 짐을 풀었다.
일단 밥을 해야 했다. 어두워서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랜턴을 켰다. 한 개로는 역부족이었다. 부인은 밥을 짓고 A씨는 삼겹살을 굽기 위해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겨우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웠다. 그런데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웠다. 설상가상으로 떨어진 기름으로 고기에 불이 붙었다. 놀라서 허둥지둥 하다가 불판을 엎고 말았다. 부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A씨는 마음을 잡고 다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심조심 신경을 썼다. 그런데 조명이 어두워서 고기가 익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추웠다. 여름이기에 당연히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얇은 이불만 하나 들고 갔다. A씨는 갑자기 서글퍼졌다. 집 나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다음 날 오전. 더워지기 시작했다. 밤새 그렇게 추위에 떨었는데…. 더워서 밥이고 뭐고 생각이 없어졌다.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했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텐트 외에 또 다른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타프'라고 한다. 그늘이 없는 곳에서 햇빛을 막아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웃은 타프 아래 그늘에서 테이블을 펴고 의자를 놓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또 아내가 A씨를 째려봤다. 등에서 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결코 더워서 흘리는 땀이 아니었다. 피톤치드를 맘껏 흡입하며 힐링을 꿈꿔온 A씨의 첫캠핑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손명수(네이버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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