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은 금액이 걸리더라도 내기는 내기다. 지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이기면 돈 몇 푼에 세상을 얻은 듯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골프장에서는 더 그렇다. 재벌도 돈 천원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내기 골프의 묘미다. 그렇다고 골프장에서 내기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하수가 이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내기 당구에서는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당구장이 돈을 따든가 아니면 고수가 돈을 딴다. 하수가 돈을 땄다고 하면 그 하수는 '수지'를 속인 '짠물'이거나 운이 아주 좋은 경우다. 내기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하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고수가 처음에 '핸디'라며 실력 차이보다 더 많은 돈을 주더라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속된 말로 잠시 맡겨둔다는 표현이 맞다. 핸디를 받더라도 배판이 아닌 '평판'을 기준으로 받는 만큼 배판이 몇 번 반복되면 하수의 지갑 부피는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내기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
내기 골프라면 역시 스트로크 플레이가 백미다. 타당 일정 금액을 정해 플레이어 별로 계산을 주고받는 이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스릴이 있다. 다른 방식은 내기가 아니라는 '강경파'까지 있다. 그러나 스크로크 플레이의 단점은 과열되기 쉽다는 것이다. 즐겁자고 시작한 게임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경우도 많다. 돈 때문이다. 그래서 타당 금액을 적게 해야 한다. 너무 '싱거우면' 안 된다는 스릴파들이라면 타당 금액을 높이더라도 상한선을 정하거나 딴 돈의 일정 비율을 환원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타당 1만원 짜리로 시작한 경기가 해당 홀에서 배판이 되었다고 하면 타당 2만원이다. 자신은 트리플을 하고 상대방 3명은 모두 파를 했다고 치자. 타당 2만원에 한 사람 당 세 타 차이니까 6만원. 세 사람이니까 결국 한 홀에 18만원을 잃게 되는 것이다. 만약 양파라도 하고 상대방에서 버디라도 나왔다면 끔찍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승자의 여유는 느껴본 사람만 알아
딴 돈으로 캐디피를 내거나 그늘집 음식값을 계산하는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내기 골프에서 이겨 집에 들어갈 때 간식이라도 사 가는 기분도 꽤 쏠쏠하다. 고수는 언제라도 이길 수 있다는 느긋함이 있다. 하수는 반대로 한 번이라도 주춤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고수와 하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러니 실력 차가 클수록 고수의 승률은 더욱 올라간다. 시간이 갈수록 핸디로 받은 돈이 다 나가고 '민족자본'까지 손실을 보게 되면 하수는 흥분한다. 그리고 겁 없이 '따'(배판)를 부른다. 이게 화근이다. 더 회복 가능성은 멀어진다. 고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내기 골프에서 지지 않거나 덜 지는 법
평정심이 제일의 덕목이다. 라운드 중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라운드 내내 되찾기 어렵다. 하수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예 처음부터 '소심하게'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어차피 고수에게는 질 수밖에 없고 일정액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마음가짐도 좋다.
도움말=윤선달의 FUN & JOKE 알까기골프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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