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농축수산업과 이를 활용한 식품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하드웨어 분야는 물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타 지역에 뒤처져 있어 지역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사업에서 소외되는 대구경북
농축수산업 산업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은 호남이다. 2015년까지 5천여억원을 들여 식품산업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전라북도 익산시에 150여 개의 식품기업'연구기관, 대학 등이 집적된 R&D'수출지향형 국가 식품전문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북도는 이 사업으로 전국 식자재 유통 및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최근에도 전라남'북도는 정부가 지정한 광역친환경농업단지 두 곳을 모두 유치하면서 관련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는 농업과 축산을 연계한 600㏊ 이상 대규모의 자원순환형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600억 원이 투입된다. 선정 지역은 전북 담양, 전남 임실이다.
같은 영남이지만 경남은 대구경북에 비해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함양은 최근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2016년 가동)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은 칡소를 비롯한 3천200여 마리의 살아 있는 가축과 7만3천여 점의 생식세포와 2만5천여 점의 DNA를 보유해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악성 가축 전염병으로부터 유전자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년 전 구제역 파동 때 시발점이 경북이라는 명분을 갖고 안동이나 영주시가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었을 법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뒤늦은 행보로 1천여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지역은 결국 놓치고 말았다.
수도권은 이미 농축수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농촌진흥청이 수원에 있어 전국의 연구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고, 전체 국민 절반의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어 초대형 물류기지 및 도'소매점이 밀집해 있다.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지역의 농축수산물 사업 경쟁력 약화와 관련 "지역의 관심 부족도 한몫하고 있으나 인사 면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며 "역대 농림부 장관은 호남 인사가 다수였으나 대구경북 출신은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산업
농축수산물은 모두 먹거리 재료이다. 따라서 이 분야는 결국 먹는 산업, 식품 산업으로 귀결 지을 수 있다. 국내 외식산업 규모는 이미 10년 전 40조원을 넘어섰다.
이 시장은 외식산업, 다시 말해 가공된 식당업 시장을 말한다. 하지만 식재료를 다루는 식자재 유통 쪽 시장 규모는 이보다 무려 6배나 더 크다. 각 지자체가 식품 산업에 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식품전문가는 "수백조원이 넘는 시장에서 어떤 지역이 어떤 품목을 선점하는지가 앞으로 식품 산업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의성 하면 마늘, 영양 하면 고추, 이렇게 특화된 작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가 각인될 경우 해당 지역에선 공장이나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산에 대한 해외 수요도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중국의 최대 대형마트가 안정적인 국내 농산물 수급을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태국 출신의 업체 부회장은 "중국은 농수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일본은 원전 문제 등으로 안전성이 결여되고 있다"며 "최근 한류 바람과 더불어 한국 농축수산물의 소비 요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대구경북이 식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치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산의 식품산업클러스터 같은 연구개발 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지역 고유 식품에 대한 강력한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 사업 설립을 위해서는 일부 지역 정치권만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주호영'박종근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은 "식품 산업을 발전시키는 국가 기관이 호남 지역에 유일하게 들어서는 것보다 영남권에도 한 곳 배치에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영남의 고유한 식자재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식품클러스터 같은 하드웨어 사업이 대구경북에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 서적인 음식디미방(경북 영양 소재) 등 지역 고유의 식음재료를 적극 발굴해 스토리텔링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부인인 김춘희 씨는 "재현해 본 결과 이 시대 최고의 웰빙음식으로 판명된 음식디미방과 전국 최다 종부가 모여 살고 있는 경북 지역은 이미 전통음식에 있어서는 메카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지역"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릴 경우 음식문화 불모지라는 일부의 비판 섞인 오명도 단박에 말끔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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