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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도 안전 인정, 문제 없다" vs "충분히 역할 다해 폐쇄시켜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

수명연장 논란이 가속되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전경. 매일신문DB
수명연장 논란이 가속되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전경. 매일신문DB
이청구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이청구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원전 1호기(68만㎾급)의 수명연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압중수로형(CANDU Reactor: Canada Deuterium Uranium Reactor) 원전인 월성 1호기는 임계시점인 198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 20일 공식적인 설계수명이 종료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4월부터 27개월간 압력관 등 주요 부품 교체를 포함해 9천여 건에 달하는 설비개선을 하는 등 수명연장을 준비해왔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2009년 12월 안전성 평가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상태다.

한수원 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점검 실시와 설비개선 작업 등으로 월성 1호기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지역 시민'환경단체는 물론 경주시의회도 월성 1호기는 노후화가 진행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수년째 끌어오고 있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해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청구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수명연장에 따른 안전성을 장담할 수 있나.

=지역주민이나 국민 중 많은 분들이 원전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안전관리 소홀 등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다 오래된 시설은 더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30년이 됐으나 설비 개선으로 IAEA로부터 '계속운전을 위한 기술적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핵심설비인 압력관과 제어용 전산기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9천여 건의 설비개선 작업에 대한 결과였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는 1천500명이 넘는 한수원 직원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2㎞ 안에 있는 한수원 사택에는 3천300여 명의 직원가족이 살고 있고 어린이만 300명이 넘는다. 그만큼 월성 1호기의 안전을 자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고장에 대한 입장은.

=월성 1호기를 30년간 운영하면서 발생한 고장은 총 39회이다. 1983년부터 1994년까지 12년간 발생한 고장은 30회로, 1년 평균 2.5회로 비교적 많았다. 캐나다로부터 기술을 배워서 원전을 운영했던 초창기로 기술이 미숙했던 '걸음마 시기'였다. 그 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8년간 고장은 9회에 불과하다. 2년에 한 번, 연간 0.5회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원전 기술력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오늘날 원전수출국으로 성장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두 차례 원자로와는 무관한 경미한 고장이 있었다. 새 발전소에서도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부품 고장이었다. 또 기술자의 기기조작 실수로 자동정지되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는 티끌 만한 문제가 있어도 일단 안전하게 자동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원전 정지를 무조건 불안하게 보는 일반 국민들께 "자동정지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원전은 100% 안전하다. 안심하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원전 안전설비와 대책은 충분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지진이나 해일 같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후쿠시마 후속조치'를 발 빠르게 준비했다.

월성 1호기는 연료보호를 위한 전기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갖추고 있고, 비상발전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이동식 발전차량까지 준비하고 있다. 비상노심 냉각계통 열교환기는 이중화보다는 냉각용량이 중요하다. 월성 1호기는 최악의 사고가 날 경우 발생하는 열(26㎿)을 냉각시키고도 40% 이상 여유 있는 냉각설비용량(41.5㎿)을 갖추고 있다. 또 노심손상 시 생기는 수소를 전기 없이 제거하는 수소제거기 27대를 월성 1호기 곳곳에 설치했다. 비상시 원자로 건물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여과배기설비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치하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과 관련한 외국 사례는.

=미국의 원전은 104기 중 70%가 넘는 73기가 40년 이상 계속운전 중이거나 운영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월성 1호기 설계국인 캐나다도 20기 중 7기에 대해 운영허가를 갱신했다. 특히 월성 1호기와 같은 노형으로 우리나라 기술진이 계속운전 관련 기술자문을 했던 포인트레프루 원전은 지난해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 운영에 들어갔다.

일본의 경우 원전 폐기 정책을 내놓았던 직전 정부도 최소 40년 운영을 골자로 원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이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나라는 안전성만 확보되면 30년을 넘어 4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월성 1호기는 폐쇄해야 하나.

=월성 1호기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민이 판단하고 결정하면 될 문제다. 이탈리아 국민은 2011년 6월 13일 국민투표를 통해 94%의 반대로 정부의 원전 재가동 계획을 중단시켰다. 독일 국민도 멀쩡한 원전 7기를 폐쇄했다. 핵공학자, 전문가 그룹이 판단하는 안전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에서 폐쇄된 원전은 145기에 달하며 폐쇄된 원전의 평균수명은 24년이다.

월성 1호기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폐쇄를 시킬 때다. 게다가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하면서 그 흔한 주민설명회 한 번 하지 않았다. 2009년 12월 수명연장 신청을 하면서 지역민에게 비밀에 부쳤고, 신청에 앞서 4월부터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수명연장을 준비하는 대규모 설비교체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빼앗긴 우리의 주권을 올바로 보장받는 것이다. 최소한 경주시민이 주민투표를 통해서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명연장에 따른 문제점과 심사에 대한 입장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37개월을 넘기고 있는데, 이는 안전기술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안전기술기준에는 비상노심냉각설비 2대 설치를 못 박고 있으나, 월성 1호기에는 이 설비가 1대밖에 없다. 심사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2대 설치를 지시했으나 한수원은 달 수 없다고 답했다. 월성 1호기가 너무 노후돼 추가 설치가 불가능한 것이다. 원자로가 가정집의 보일러라면 비상노심냉각설비는 비상 소화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비상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유사시에 보일러는 과열돼 폭발할 수 있고 이는 곧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떠올리면 된다.

이 밖에 수소감지기가 없는 점, 지진에 취약한 점 등 많은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월성 1호기가 안전기술기준에 한참을 못 미치는 이유는 노후된 원전이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60년대에 설계된 1세대 '중수로형' 원전이다. '중수로형' 원전은 전 세계 원전에서 10%에 불과하며 이를 개발한 캐나다에서조차 신규건설이 없는 퇴출된 원전이다.

이러한 원전을 설계수명 30년을 넘겨 계속 사용하는 것은 원전사고의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핵산업계는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 분의 1이라고 늘 주장한다. 더 나아가 한수원은 한국에서 큰 사고가 날 확률은 제로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같은 큰 사고는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원전 선진국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고 이제 한국이 원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음을 우리는 우려해야 한다.

▶월성 1호기 폐쇄가 전력대란에 미칠 영향은.

=수명이 끝나서 멈춰 있는 월성 1호기는 폐쇄와 폐로가 정답이다. 월성 1호기가 없으면 정부와 한수원의 주장대로 전력대란이 일어나고 전기요금이 오른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월성 1호기는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했으나 전력대란은 없었다. 또 수명이 끝난 작년 11월 20일 이후로 가동이 정지됐으나 전력대란은 없었다. 그것은 월성 1호기가 국가전력의 0.8%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전력이 7~15% 정도 되기 때문에 월성 1호기 폐쇄가 전력난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작년 11월 짝퉁부품 사용, 고장 등으로 7기의 원전이 여러 날 가동을 중단했으나 전력대란은 없었을뿐더러 7% 이상의 예비전력을 계속 유지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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