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뜨는 거리/ 그녀와 난 여기서 꿈을 꾸었네/ 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 둘이서 걸어가는 희망의 거리/ 능금꽃 피고 지는 사랑의 거리/ 대구는 내 고향 정다운 내 고향'.
가수 패티김의 대구찬가 '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말 제야의 타종식에서도 사용됐을 정도로 대구시가 야심차게 보급에 나선 노래다.
하지만 노래비를 세우려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 노래비를 세우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곳은 대구 동구청. 예산 4천만원을 마련했다. 민간추진위원회가 노래비를 세우는 주체가 되며 동구청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동구의회도 진통 끝에 예산 편성에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민간추진위원회의 실체도, 계획도 없이 4천만원이 배정된 것이다.
지난해 말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을 노래비로 제작하는 데 4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하자는 동구청의 제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가 열리기 며칠 전 상임위원회인 운영행정위원회에서 백지화됐던 것이 부활한 것. 당시 동구청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민간추진위원회가 노래비 건립에 나서며 구청은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민간추진위원회의 정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청 관계자는 "민간추진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추진 과정에 앞뒤가 조금 바뀐 게 있긴 하다"고 시인했다. 때문에 예산 4천만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다.
동구청은 아양철교 입구에 노래비를 세우겠다는 복안이다. 아양철교를 관광 명물로 만들면서 초입부에 노래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동구청이 노래비 건립에 집착하는 이유는 관광 효과다. 노래 가사에 '능금꽃'과 '팔공산'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능금꽃은 동구를 연고로 하는 평광사과를 상징하고, 팔공산 면적의 28%가 동구에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동구청이 노래비 건립에 드는 돈이 4천만원을 웃돌 수도 있다며 예산 부족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조형물을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6천만원 이상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산시가 2010년 세운 '방운아 노래비'에 7천만원이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 건립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시 역시 민간추진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노래비를 세우는 방식을 원했지만 지지부진해 건립 사업을 백지화한 바 있다. 동구청도 "대구시가 동구청에서 노래비를 세워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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