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5지구에서 양말가게를 하는 김모(65'여) 씨는 최근 손님인 척 접근한 20대 남성에게 사기를 당했다. 한 달 전 170㎝대 후반쯤 되는 키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20대 남성이 가게에 와서 꼬깃꼬깃 접은 5만원권 지폐 1장을 김 씨에게 내민 뒤 "1만원권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5만원권을 받아든 김 씨는 1만원권 5장을 청년에게 건네 준 뒤 가게를 찾아온 다른 손님을 맞기 위해 등을 돌렸다. 얼마 뒤 그 남성이 다시 김 씨를 찾아와 "1만원을 덜 주셨다"며 1만원을 더 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정신이 없어 1만원을 덜 줬나 보다 싶어 의심 없이 1만원을 건네주었다"면서 "하지만 그날 정산을 해봤더니 1만원이 모자랐고, 그 청년에게 속았음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에게 5만원권 지폐를 바꿔달라면서 접근해 상인들을 등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이처럼 1만원씩 뜯긴 가게가 최근 한 달 사이 서문시장 5지구 1층 상가에서만 10여 곳에 달했다. 상인들은 "5지구 상가뿐만 아니라 상가 주변 노점상 중에서도 그 청년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설을 앞두고 가게가 붐비는 가운데 손님맞이에 경황없는 서문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본 상인들은 소액이지만 피해를 봤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문시장 5지구에서 내의를 파는 한 상인은 "온종일 많이 팔아도 1만원 남기기 쉽지 않은 날도 있는데 1만원을 어이없이 날린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문시장 5지구 건물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범인의 인상착의와 물증을 쉽게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사기당한 액수가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꺼려 경찰은 이 사건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서문시장 5지구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많은 상인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범인을 잡기에는 물증이 부족한 데다 경찰 수사로 상인들의 영업에 방해를 줄 우려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기 조심스럽다"며 "상가 건물 전체에 방송해 각 상인에게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안에 CCTV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해액이 소액이지만 명백히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앞으로 서문시장 주변 순찰을 더욱 철저히 해 범인을 잡겠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