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예천에 사는 100세 어르신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올해로 101세가 됐지만 정말 정정한 할아버지의 생활상을 조명한 내용이었다. 대구 사는 딸 집에 나들이 왔다가 78세 되는 아들이 걱정된다면서 하루 만에 집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건강 100세'라는 말이 구호처럼 흔하게 회자되는 요즘이지만 정말 100세까지 살 수 있을지, TV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처럼 건강하게 일상을 살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던 차에 지난 주말 경북에 사시는 100세 이상 어르신의 사는 모습과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는 연구팀에 동행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장소가 예천이어서 TV에 나오셨던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 뵙게 됐다. 우리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곱게 한복을 입고 우리를 맞아주는데 정말 말씀도 잘하고 농담까지 하며, 그 연세에 혼자 대구까지 다닌다고 한다.
요즘 불편한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얼마 전에 틀니를 새로 했는데 식사할 때마다 빠져서 불편하다며 음식을 작게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귀가 어두워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했지만 우리 일행이 봄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자 본인이 눈이 어두워서 다음에 우리가 방문했을 때 못 알아보니까 꼭 전에 왔던 누구라고 이야기를 해 달라는 당부까지 한다.
떠나기 전에 "할아버지 오래 사셔서 제일 좋은 게 뭐예요?" 하니까 "주위 친구들이 다 저세상으로 가서 적적하고 허전했는데 요즘 TV에 나오고부터는 찾아와 주는 사람이 생겨서 지금이 좋아"라고 했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으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할까 그리고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건강해도 결국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관심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960명이었던 100세 이상 어르신이 2010년 조사에서는 5년 만에 2배 증가해서 1천86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00세 이상 어르신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후에는 우리들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100세에 어떤 모습일까를 염두에 두며 지금의 삶을 의미 있게 채워 나간다면 100세 동년배들이 건강하게 어울려 지내는 미래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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