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 문화공간] 대구 수성구 '공간울림'

19년째 이어온 하우스콘서트…국경없는 문화 공동체 목표

▲공간울림에서 열린 첼리스트 김규식, 재즈피아노 성기문, 기타 박윤우, 아코디언 정태호, 베이스 황인규로 구성된 무누스 앙상블
▲공간울림에서 열린 첼리스트 김규식, 재즈피아노 성기문, 기타 박윤우, 아코디언 정태호, 베이스 황인규로 구성된 무누스 앙상블 '어느 봄날의 탱고' 공연 중 한 장면.

# 1994년 가정집에서 공연 출발

# 순수예술 부흥 보금자리 역할

# 지역민 문화 커뮤니티로 확대

예술은 으리으리한 규모의 공연'전시장에서만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다락방, 소소한 커피숍 한가운데에서도 이를 함께 느끼고 공감해줄 이들이 있다면 충분히 '문화예술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은 문화공간들을 소개한다.

대구 수성구 상동 좁은 소방도로에 위치한 '공간울림'. 이곳은 이제 어엿한 대구를 대표하는 작은 음악공간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4년 시작된 하우스콘서트가 벌써 19년을 이어오면서 지역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음악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1994년 당시 자신이 살던 칠곡의 한 아파트에서 작은 하우스오르겔(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두고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이상경 대표는 대봉동 가정집을 거쳐 2003년 2월 현재의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공간울림'은 이제 어느 곳 부럽지 않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00석 규모의 지하 콘서트 홀에서는 '21세기 교회음악시리즈' '21세기 신예초청시리즈' '풍류방연주회' '재즈가 있는 화요일' '대구 詩가 흐르다' 등의 공연이 정기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1층 로비는 리셉션장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2층은 소규모 문예학당을 개최하는 사회적 대안공간으로 사랑방(소셜키친)이 자리 잡고 있다. 소셜키친은 다양한 악기 교육에서부터 음악이론, 인문학, 성서학, 세계 음악여행 등 다양한 강좌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대안적 사회교육시스템으로 주방이 있어 편안하게 차와 음식을 즐기며 배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대표는 "함께 공부하고 싶어하는 모임이 있다면 누구든지 문의해 주면 2층 공간을 개방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3층은 '꿈꾸는 다락방'으로, 게스트룸으로 사용중이다.

'아름다운 세상 찾기'를 목표로 '울림에서 살림으로'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공간울림은 2009년부터는 '마을축제'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유럽의 여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박하지만 흥겨운 축제처럼 그간 이런저런 형태로 무대에 올려온 순수예술 공연들을 하나의 주제로 모아 축제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섬머 페스티벌 인 대구'(Summer Festival in Daegu)는 맨 처음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로 시작해, 2010년에는 '유쾌한 바흐', 2011년엔 '러시아로 가는 음악여행', 그리고 지난해에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을 맞아 '대구, 도나우가 흐르다'라는 흥겨운 음악 놀이판을 벌였다.

국경 없는 문화공동체를 그 운영 목표로 삼고 있는 공간울림은 21세기 문화의 주역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민과 함께하는 장터 등의 소소한 커뮤니티 운동도 벌여오고 있다.

이상경 대표는 늘 음악이 흐르는 여유로운 대구를 꿈꾼다.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세대가 자라나고, 꿈을 꾸며, 예술이라는 코드로 전 세계와 교류하는 풍요로운 대구 말이다. 그래서 늘 수익이 나지 않는 '순수예술' 부흥에 노력한다. 그래도 이 대표는 꿈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19년의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만큼 대구의 문화적 기반은 탄탄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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