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자 6급 6세 유치원생 "아빠도 가르쳐드려요"

동촌 제일유치원 한자공부 4명 5급·6명 6급시험 합격

한자 강사인 이영호 옹(가운데)이 대구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과 함께 한자 급수 자격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영호 옹이 24일 대구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취득한 한자 6급 자격증을 들어보이며 흐믓해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자 강사인 이영호 옹(가운데)이 대구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과 함께 한자 급수 자격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영호 옹이 24일 대구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취득한 한자 6급 자격증을 들어보이며 흐믓해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40여 년 이상 교단에 섰다 퇴직한 이영호(89) 옹은 일주일에 세 번 동촌제일유치원(대구 동구 검사동)을 찾아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친다. 10년째 거르지 않은 일이다. 대구 동구노인복지회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가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른 것.

이 옹은 아이들과 한자 카드 수업을 즐겨 한다. 이 옹이 한자 카드를 한 장씩 펴 보이면 주위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뫼산(山), 물수(水)" 등 또박또박 읽는다. 유치원생답지 않은 솜씨다. "대어(大魚), 견마(犬馬)" 등 두 글자씩 붙여 읽기도 거뜬하다. 이 옹은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돼 흥미를 끄는 놀이 형식을 적용해 한자를 가르친다"고 했다.

뛰어난 한자 실력을 가진 유치원생들이 있어 화제다. 동촌제일유치원 원아들이 한자 교육을 통해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자매 결연을 맺은 일본의 유치원과도 한층 끈끈한 관계를 잇는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

이 유치원 원아들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은 지난해 말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을 치러 전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고교 수준인 5급에 합격한 아이들은 심규대 군과 김지은 김사랑 최다경 양 등 4명. 이재원 이도윤 심규은 군과 남주혜 이현지 김민서 양 등 6명은 중학생 수준인 6급 자격을 따냈다. 이재원(6) 군은 "유치원 공부 중 한자 가 제일 재미있다"며 "제가 엄마, 아빠에게도 직접 한자를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한자 강사인 이영호 옹이 꾸준히 원아들을 지도해온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옹은 한자의 제자 원리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형의 원리부터 아이들에게 설명한 뒤 점차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공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원아들 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각 1명도 함께 시험을 치러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심규대'규은 형제의 어머니인 서은경(38) 씨와 신효주 교사(3급)가 그 주인공. 규대와 함께 5급 자격을 딴 서 씨는 "아이들이 한자 공부하는 걸 보고 함께 책을 보게 됐다"며 "한자를 배운 아이들이 '당연하다' 등 또래 답지 않은 말을 자연스레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고 했다.

이 옹의 한자 교육은 2005년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후쿠오카의 유키소노 유치원과 정을 쌓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한자를 공부하면서 원아들이 일본어도 보다 쉽게 익히게 돼 개인적으로 유키소노 유치원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 동촌제일유치원 김한경 원장은 "아이들을 옆에 끼고 수준별로 가르치니 한자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라며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자를 술술 읽고 한자어를 섞어 이야기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이 옹이 유치원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친 것도 어느새 10년. 이 옹은 "꼬마들과 부대끼며 세월이 그토록 빨리 가는 줄도 몰랐다"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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