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6일 햇살이 예쁜 날 아침. 동호회 언니들과 경남 통영 욕지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여행은 즐거움도 더해 웃다 보니 어느덧 통영 삼덕항에 도착했다.
배에 자전거를 싣고 욕지도로 향했다. 자전거 타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했다. 점점이 떠있는 섬과 섬 사이의 평화로운 풍경과 차갑지만 시원스런 바람은 분주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기에 충분했다.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지도 항에 도착했다. 포근한 남쪽 바닷바람은 우리를 따뜻이 반겨주었다. 하늘도, 바다도, 그리고 햇살도 정말 고왔다.
욕지도는 해안선을 따라 섬 외곽을 도는 해안 일주도로가 있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다. 섬 주위에는 크고 작은 예쁜 펜션과 민박집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해안도로 옆으로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욕지도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바다낚시(고등어)를 체험하는 곳도 있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펑크 났다. 우리는 평상시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그만큼 섬은 우리에게 여유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수리를 마친 우리는 천천히 욕지도를 감상했다. 바다 양식장이 많이 보였다. 주위에 있다는 연화도와 소매물도 등 섬들은 너무 멀어 흐릿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열대야자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이국적인 경치가 꼭 외국에 온 듯 착각마저 들었다.
적당한 오르막과 시원한 내리막이 잘 어우러져 있어 자전거 타기에는 그만이었다. 한참을 가다가 펑크 난 자전거가 또 서고 말았다. 난감했다. 때마침 저 멀리서 트럭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두 손을 들고 무조건 세웠다. 인심 좋은 아저씨는 흔쾌히 자전거를 실어 주었다. 언니 몇 명은 트럭을 타고 먼저 내려갔고, 남은 일행은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욕지도 항을 향해 달렸다. 인상 좋고 인심 좋은 아저씨께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여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이런 것도 다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달리고 달려서 욕지도 항에 먼저 도착한 언니들과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그 유명한 욕지도 짬뽕은 맛을 보지 못했다. 그 대신 부둣가에서 해녀 아주머니가 직접 딴 해삼과 석화를 먹었다. 굴 향이 입안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부둣가 길거리에서 먹은 해삼과 석화 맛은 욕지도를 못 잊게 하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욕지도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배에 자전거를 싣고 통영 삼덕항에 도착해 서호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생선매운탕을 먹었다. 이제껏 먹은 매운탕 중 제일 맛있었다.
욕지도 라이딩은 행복한 여행이었다. 언니들과 욕지도에서 보낸 소중한 하루가 내 추억의 작은 바구니에 예쁘게 담겨 있다. 그곳에서 언니들이랑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고 행복해진다. 뜻밖에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가 한마음이 돼 해결했고, 즐겁고 좋은 일 역시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리다. 지금도 욕지도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과 어둠이 짙게 내린 바닷냄새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통영항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