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색 경매의 세계] 고미술품'수석 경매

라이터'놋그릇'골무…추억의 소품 가볍게 입찰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꽃병으로만 보이는 도자기가 억대의 가치를 갖고 있고, 아무리 살펴도 별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 한 점에 수천만원의 가격이 매겨지는 것을 보면 그저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린 시절,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고가구나 도자기 등에도 상당한 평가가 내려진다. 그래서 '우리 집에 돈 되는 물건들 좀 없느냐'며 찾아보게 된다. 혹시 괜찮은 물건이 있다면 전문가에게 소장품의 진위와 값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런 곳이 있다. 바로 도심 곳곳에 있는 경매장이다. 내가 소유한 물건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 수 있고, 남이 내놓은 진귀한 것들을 서로 간 흥정을 통해 가질 수도 있다. 경매장에서 보는 골동품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긴다. 그러다가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가격을 부른 뒤 낙찰을 받으면 된다. 재수가 좋으면 몇만원으로 꽤 괜찮은 것을 거둬들이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이런저런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노라면 한두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소소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고미술품 경매

이달 6일 오후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품거리에 있는 '대봉옥션'. 온갖 물건들이 더 쌓아놓기가 힘들 만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고가구를 비롯해 도자기, 수십 년은 됐을 듯한 낡은 전축, 액자에 든 그림, 병풍, 놋그릇, 작은 종, 삼발이 화로….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오후 7시, 이런저런 것들을 구경하던 50여 명의 수집상과 일반인이 자리에 앉자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사가 "오늘 유찰 없이 날려 봅시다"며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경매사는 좌대 위에 물품을 올려놓고 물건을 소개한다. 전면 대형 TV엔 경매인이 소개하는 출품이 떴다. 경매사가 제작 연대, 쓰임, 파손 여부 등 골동품의 특징에 대해 입찰자들에게 간단히 설명하고 시작가를 부른다.

맨 처음 경매대에 올라온 것은 나무로 만든 못난이 3형제 인형. "자, 1만원부터 출발합니다"라는 경매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2만원". 몇몇이 호기심을 보였지만 더 높은 금액은 곤란하다는 표정들. "네, 2만원 나왔습니다. 3만원 있습니까? 없으면 2만원, 낙찰됐습니다."

뒤 이어 도자기와 곰방대, 고가구 등 민속품 등이 소개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150년 된 한글로 쓴 가사집 '한양가' 필사본도 유찰됐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품은 도자기, 생활민속품 등 150여 점. 반다지, 화장도구, 등잔대, 곰방대 등 다양한 민속품이 많았다. 마산에서 왔다는 김모 씨는 대추나무로 만든 돗자리를 짜는 보디와 찻주전자, 등잔대, 골무, 도자기, 나무로 만든 오리 등 30여 점을 가지고 왔으나 서너 점밖에 팔지 못했다. 김 씨는 "많이 팔지 못해 섭섭하지만 시중에서 볼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고, 민속품에 대한 눈높이도 높일 수 있어 참여하고 있다"며 "그리 큰 액수가 아니며 잘 사면 돈도 된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제법 금액이 높은 물건이 나왔다. 등잔대는 신경전 끝에 20만원에 팔렸으며 지포 라이터는 1만원에서 시작해 12만원에 낙찰됐다. 조금 흠이 있는 청자잔은 45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값나가는 청자와 분청 대접 등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날 경매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졌다.

◆수석 경매

고미술품 경매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수석 경매가 열렸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돌이 한층 돋보였다. 12지신상 중 호랑이 모양을 한 수석은 2만원, 용은 2만원에서 시작해 2만5천원에 낙찰됐다. 이어 닭과 개도 낙찰됐다. 그러나 경기침체 탓인지 비싼 돌은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낙찰률 역시 높지 않았다. 대신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산 돌이 관심을 끌었다. 박창규(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경기 침체로 수석 가격이 많이 내렸고 매기도 없다. 요즘에는 수입 돌이 많아졌다"고 했다. 고미술품 경매는 매주 수'목'토요일 오후 3시에, 수석 경매는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출품자에게 거래가격의 10%를 수수료로 뗀다. 대봉옥션 신동련(65) 대표는 "실물을 만져보고 뚜껑을 열어보면 깊이와 느낌이 달라진다"며 "구매자는 사전에 조언과 정보를 챙겨 경매 때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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