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얼굴로 톱스타 역?…나도 놀라 감독님께 물었을 정도
배우 오정세(36)는 자신도 처음에는 의아했다고 했다. 주로 조연이었던 그가 한 영화의 절반을 책임진다? 거기에다가 한류 톱스타 역할이라니…. 스스로도 놀랐다. 오죽하면 자신을 캐스팅하려 한 감독을 만나 "한류 스타라면서 그 역에 왜 저를 (캐스팅하려는 거죠)?"이라고까지 했을까.
오정세는 "나 같은 비주얼로 한류 스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며 "아무리 멋지게 보이려 해도 '관객이 나를 보고 그렇게 바라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감독님이 무한 신뢰를 보내 주셨어요. 한류 스타 승재를 만드는 게 어렵긴 했지만 최대한 호감 인물로 나만의 매력을 뽐내려고 노력했죠. 감독님과 제 생각을 잘 조화시켜 채워나간 게 많은 것 같아요."(웃음)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제작 영화사 소풍)는 온갖 궂은 일을 도맡으면서도 남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가 우연히 비디오테이프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되면서 톱스타 이승재(오정세)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정을 담아낸 유쾌한 영화다.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웃음 시한폭탄'이 10분에 한 번씩 빵빵 터지는 작품이다.
★전라 노출 찍으려 석달간 운동
이시영과 오정세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을 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렇게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나면 오정세의 매력에 푹 빠질 이들도 많을 거다.
오정세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스스로도 만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극 중 승재는 단번에 뜬 벼락스타가 아니라 10여 년을 고생하다가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인물로 그려진다. 그 때문에 "승재의 빈틈 있는 모습이 좋았다. 사람 냄새 나는 것도 매력"이라고 웃는다.
"초반 승재가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웃기면서도 절실해요. 예전에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 단역 오디션을 보러 갔었거든요? 많은 분이 이단 옆차기, 점프 등을 선보였어요. 감독님 전작이 액션이 나오는 '초록 물고기'였으니 이번에도 나올 거로 생각했던 거죠. 보는 사람들은 웃길지 모르지만 다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한 거예요. 그때 저도 절실했는데 떨어졌죠. 웃긴 데 열심히 춤을 추는 장면에서 과거가 생각났어요."
전라 노출까지 했다. "그냥 벗는 신이었다면 잠시라도 못했을 것 같아요. 상황 전개상 노출이 돼도 안 불편한 상황이었어요. 스태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다행이었죠. 다들 '살구색 옷을 입었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커트해도 옆에서 수건도 안 챙겨줄 정도로 자연스럽게 찍었다니까요."(웃음)
3개월 정도 운동해 만들어낸 결과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적당히 각이 잡힌 몸을 만들어냈다. 그는 "유오성 선배가 '영화를 보고 벗은 몸이 완전히 갈라지지 않아 좋았다'고 했다"며 자신도 만족한 눈치다. 극 중 오정세가 이시영에게 키스하려 달려들고 이시영은 오정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려 해 폭소를 전해 준 엘리베이터 신은 '일종의 보너스'란다. "'웃겨야 하는 신인데 웃기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한 신은 아니었죠. 운 좋게 좋은 배우와 감독을 만나서 리액션과 리액션이 만나 그런 장면이 탄생했어요."
오정세는 "시영이한테 맞았을 때는 하나도 안 아팠다. 어디서 날라올지 모르는 따귀를 맞았는데 그 리액션은 정말 날 것 그대로"라며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반응에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극 초반 나왔던 '야망의 늪'을 찍을 때는 무척 아팠다"며 "감독님이 일부러 차진 손을 가진 아주머니를 캐스팅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정말 풀스윙으로 때리는데 아팠다"고 했다.
노출 신과 엘리베이터 신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은데 아니다.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신은 승재가 보나의 집 앞에서 사람들이 알아봤을 때 눈을 모아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거다. 그는 "그냥 웃기고자 집어넣은 신이라는 생각에 부담스럽고 걱정됐다"고 했다. 하지만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 안심이다. 오정세는 1997년 영화 데뷔작 '아버지'부터 단역'조연으로 40여 편 넘게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그렇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 오랜 무명생활 긍정 마인드로 극복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나는 나중에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는 확신으로 연기했어요. '적어도 40년 안에는 좋은 배우가 되겠지'하는 확신을 했죠.(웃음) 오디션에 떨어진 적이 많아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모두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왜 안 될까'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죠."
오정세는 올해도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SBS TV가 새롭게 내놓은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와 '행진'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KBS 1TV '강연 100℃'를 통해 강연도 했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출연도 준비 중이다.
그는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의해 따라가고 있다"고 요즘 바쁜 자신의 생활을 전했다. 자연스럽게 활동하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주인공 캐스팅 제안도 받게 됐단다. 그는 "처음 '남자사용설명서'에 참여할 때는 시나리보다 내가 채워 넣은 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독님의 재기 발랄함과 다양한 앵글도 보이고 이시영의 매력도 전해지더라"고 만족해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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