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MBC스페셜-슬픈 전쟁, 두미도 멧돼지' 편이 27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된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가장 유해한 조수(鳥獸), 멧돼지. 그러나 야생의 눈으로 보면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내주고 쫓김과 죽임을 당하는 존재일 뿐이다.
21가구, 주민의 80% 이상이 노인인 작은 섬마을, 두미도.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2시가 되자 살금살금, 마을에 나타난 멧돼지 가족이 수확을 3일 앞둔 고구마 밭을 온통 헤집으며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3일'의 시간이다.
멧돼지가 수확 직전의 고구마를 캐 먹는 건, 이 시기가 당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수분이 많기 때문인데, 반면 사람들은 수분이 적당히 빠진, 즉 3일 뒤의 고구마를 최상품으로 여겨 이 시간이 가길 기다렸던 것.
고구마는 섬에 사는 할머니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다. 섬 떠난 자식들에게 어떻게든 짐이 되지 않으려 꼬부랑 허리로 여름내 고구마를 심고 키웠는데, 멧돼지의 습격으로 모든 것을 잃고 나자,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큰맘 먹고 사다 키운 염소마저 멧돼지에게 잡아먹히자 주민들의 고통과 시름은 깊어만 간다.
주민들의 신고로 두미도에 출동한 유해조수구조단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 2월 말까지, 무려 3번에 걸쳐 멧돼지 퇴출에 돌입한다.
섬에 온 엽사 정문산 씨와 사냥견 뭉치의 맹활약으로 총 다섯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하지만 희생은 멧돼지뿐만이 아니었다. 사냥견이 멧돼지에게 앞다리를 다쳤다. 이 전쟁에서, 누가 승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주민도, 멧돼지도, 유해조수구조단도, 모두가 힘겹기만 한 싸움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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