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늘 내게 놀이이자, 기쁨이에요. 꿈의 그라운드죠."
화가 이명미는 캔버스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다. '죽을 만큼 보고 싶다'라고 써서 관객들의 눈길을 노골적으로 사로잡기도 하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스티커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자 떠나자'라고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면 예의 관객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자유로움 속에 매혹당한다.
'이명미'라고 하면 원색의 캔버스가 떠오른다. 그는 줄곧 화려한 컬러를 고집해오고 있다. 경쾌하고 유쾌한 그녀의 전시가 3년 만에 갤러리 분도에서 11일부터 4월 13일까지 열린다.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원색을 좋아했어요. 특히 노란색을 즐겨 사용하곤 했죠." 이명미는 작품을 놀이처럼 즐긴다. 1970년대 당시 화단에 유행하던 미니멀리즘과 단색화를 따라가기 위해 그도 잠시 색깔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머리로만 미술을 했던 시절이었다. 현대미술의 트렌드에 대해 그는 '시대의 동향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림에게 고문당하기 싫어요. 생긴 대로 놀아야죠."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야간 비행'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연상시키는 화면에 예쁜 스티커들이 가득 붙어 있다. '우주여행이 가장 큰 소원'이라는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또 물감 찌꺼기로 한글 '아버지'라고 캔버스 위에 붙였다. 작가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화려한 원색으로 꾸며진 단어 '아버지'는 왠지 모를 슬픔을 껴안고 있다.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저마다의 아버지를 떠올릴 것이다. '꽃'이라는 글자 앞에선 저마다 다른 이미지의 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글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어차피 현대미술은 허상이 아닌가.
그는 가곡, 대중가요 할 것 없이 그녀의 마음을 감동시킨 노랫말을 작품 속에 차용한다. 귀엽고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가득한 어린이용 스티커도 작품 속에 포함시킨다. '당신이 내게 했던 것처럼' '그래 또다시' '멀어지지 마 그대'. 띄엄띄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문구는 마음속에서 공명한다. "우리는 이 글자를 해석하려고 들지만, 외국인들은 이 글자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겠죠?" 작가의 그림에는 2013년 현재가 들어 있다.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그림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작품은 유쾌하지만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은 진지하다. "한 작가는 한 화면으로 남아요. 화면만 남았을 때, 동시대 다른 화면들과 얼마나 차별성을 갖고 있느냐가 바로 작가로서의 승부수죠. 화면에 그 시대상도 녹아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가는 인생의 굴곡과 아픔을 겪었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그림은 그에게 '갈증'이었다. "30분이라도 작업실에 들르면 무조건 물감을 쏟아보기도 하고, 생각 없이 점을 찍어보기도 했어요. 그게 지금 작품의 일부가 됐죠."
그는 "생각의 허리 부분을 툭 쳐서 던져놓고 싶다. 그럼 감상자가 그걸 받아 저마다 다른 날것의 감상을 만들어낸다.
"그림은 나도 모르게 변하고, 나는 그것을 수용할 겁니다. 그래서 나는 내 그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요. 지금까지는 게을렀지만 이제는 화가로서 정말 가속도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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