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징악+시각적 쾌락+리어나도 디캐프리오 3박자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는 '헤모글로빈의 시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이다. '분노의 추적자'라는 소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는 것처럼, 피가 낭자한 잔혹한 영화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장고'는 그의 영화 가운데 가장 흥행에 성공했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현재 한국에서도 예매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흥행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연거푸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나이 드신 분들은 '장고'라는 제목을 들으면 떠오르는 고전 영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의 1966년작 '장고'. 오프닝에서 관을 끌고 다니던 바로 그 장고를 타란티노가 리메이크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는 과거 '장고'의 주인공 프랑코 네로가 조연으로 출연해 현재 장고인 제이미 폭스와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타란티노는 이번에 서부극을 만든 것인가?
영화의 절대 명제는 아내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남북전쟁이 발생하기 2년 전인 1859년, 남부 지역이 배경이다. 그러니까 아직 노예제도가 합법인 곳에서 자신의 아내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무참히 바라봐야 했던 흑인 노예 장고가 주인공인 것이다.
아내와 다른 방향으로 팔려가던 장고에게 현상금 사냥꾼 '닥터 킹'이 나타나 자신이 찾고 있는, 현상금이 걸린 삼형제의 얼굴을 아느냐고 묻는다. 장고를 산 노예 상인이 그를 팔지 않는다고 하자 닥터 킹은 상인을 죽인 뒤 장고와 함께 길을 떠난다.
장고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닥터 킹은 장고를 자유인이 되게 하고, 더불어 그의 조수이자 협력자로 만들어, 장고의 아내가 팔려간 곳까지 찾아간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장고의 아내가 팔려간 곳은 남부 최고의 악랄한 부호 '캔디'였다. 과연 장고는 아내를 자유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요약하니 영화 내용이 단순해 보인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이야기 구조이고, 그 갈등 속에서 결국 선이 악을 이기는 내용. 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무려 165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
타란티노가 누구인가. 그는 결코 이야기 구조에 함몰되는 감독이 아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스타일이다. 즉, 타란티노가 주목하는 것은 선이 악에 복수해야 하는 설정을 만드는 것이고, 이 설정을 통해 통쾌한 복수심을 정당화시켜 그것을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하게, 통렬하면서 경쾌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타란티노 영화들은 대부분 복수에 관한 영화였다. 결혼식장을 살인현장으로 만든 빌에게 복수하는 '킬빌',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남성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데쓰 프루프', 박해받은 유태인이 나치에 복수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이 모두 그러하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복수라는 서사 구조가 아니라 그 복수 현장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이제 '장고'에 와서 타란티노는 서부극 형식의 복수를, 노예제도의 휴머니즘이라는 바탕에서 전개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전개하는 타란티노의 이 발상!
타란티노가 복수에서 중시하는 것은 특유의 B급 영화 스타일로 그리는 것이다. 세련되고 거대한 규모의 A급 영화가 아니라, 잔혹한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 B급 영화를 통해 타란티노는 처절한 복수를 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항상 잔혹한 장면이 등장한다. 항상 피가 거칠게 튄다. 과장이 분명한 피의 복수, 그 '축제'의 현장이 타란티노의 영화 핵심이다. 타란티노가 창조한 영화 속 인물은 오직 복수를 하기 위해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성공한다.
이렇게 보면 박찬욱이 이 영화를 두고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중 제일 재미있는 영화이다. 금세기 들어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처음 본다"고 말한 것이 쉽게 이해가 된다. 박찬욱 역시 B급 스타일의 처절한 복수의 현장을 끊임없이 그의 영화 속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장고'는 화끈하면서도 속시원한 영화이다. 대중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타란티노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충족시켜 준다. 갈등을 분명히 설정한 후, 문제 해결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처절한 실패 후 다시 일어선 주인공이 혈혈단신으로 적의 소굴로 들어가 복수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고'는 특유의 복수에 하나의 장기를 더 얹었다.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사무엘 잭슨 등의 연기를 보탠 것이다. 이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명불허전이다. 이전의 타란티노가 통쾌한 이야기와 시각적 쾌락만으로 만족을 주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연기의 쾌감까지 안겨주었다. 그러니 흥행과 수상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타란티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강성률<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rosebu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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