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홀대받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대구경북이 몰표를 몰아 당선시킨 박근혜 정부에서 일부 TK 공무원들은 다른 지역 출신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강범구 국토부 물류항만실장이 꼽힌다. 강 실장은 현 정부가 야심 차게 부활시킨 해양수산부의 차관 1순위로 거명되던 인물이었다. 해수부 출신으로는 공직사회에서 가장 중량감 있는 인물로 꼽힐 뿐 아니라 기술고시 출신으로 업무처리 능력이 탁월해 해수부 차관에 일찌감치 낙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물론 차관 경쟁자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을 정도로 그의 차관은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24일 발표된 차관 명단에는 강 실장이 빠져 있었다. 손재학 국립수산과학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손 신임 차관은 국토부 기자들은 물론 공무원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깜짝인사로 꼽힌다. 해수부 관료 출신인데다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는 게 발탁 배경이었다.
일각에선 부산이 해수부 유치에 실패하자 보상 차원에서 차관을 부산 출신으로 기용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 때문에 경북 의성 출신인 강 실장은 물을 먹게 됐다. 공직에서 더 이상 갈 곳도 없어 대구경북은 몇 안 되는 지역 출신 1급 이상 국토부 공무원 가운데 한 명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 실장이 의성 출신이라서 인사에 불이익을 당한 경험은 지난 정권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 중반에 권도엽 장관과 김희국 차관 등 의성 출신이 국토부를 나란히 이끌고 있었다. 당시 항만정책관이던 강 실장은 1급 승진 대상에 올랐으나 장'차관과 동향이라는 점 때문에 누락됐다. 당시 국토부 내에서는 '의성 편향적'이라는 여론이 감지됐고, 이를 감안한 권 장관이 당시 강 정책관의 승진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27일 "30여 년 공직 생활을 후회 없이 해 여한이 없다. 특히 기술고시 출신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후배들을 위해 떳떳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승승장구를 기대하던 지역 출신 인사들이 좌초되는 케이스로 권혁세 금감원장도 꼽힌다. 대구경북의 약세 분야인 금융권에서 권 원장은 지역 출신으로서 맏형 역할을 해왔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에 파견되는 등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대구경북 금융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인사에서 권 원장도 물을 먹었다.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으나 청와대에 의해 누락되고 금감원장 자리도 내놓은 것. 권 원장은 김'노 정권 때는 대구경북 출신이라서 행보를 조심하는 것은 물론 차별을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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