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퓰리처상 재심'을 퓰리처상 위원회에 요청했다. 대상은 1922∼1944년 소련 특파원을 지낸 월터 듀런티. 그는 스탈린의 '5개년 계획'을 포함, 소련 사회를 찬양한 13회짜리 연재 기사로 193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재심 요청 이유는 1932, 1933년 250만∼350만 명이 굶어 죽은 우크라이나의 '홀로도모르'(Holodomor)를 외면했다는 혐의다.
홀로도모르란 우크라이나어 '홀로드'(기아)와 '모르'(떼죽음)의 합성어로, 농업집단화에 대한 농민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스탈린이 자행한 '관제(官製) 기아'를 가리킨다. 꼭꼭 숨겨져 있던 이 참극은 영국 기자 맬컴 머저리지, 개리스 존스 등에 의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듀런티는 이런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닫았다. 그뿐만 아니라 연재 기사 마지막 회에서는 '사과처럼 붉은 뺨의 낙농장 처녀 일꾼과 살진 암소' 얘기를 꾸며내는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머저리지나 존스 같은 기자들의 보도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뉴욕타임스에 그는 이렇게 송고했다. "현재 러시아 기근에 관한 보도는 하나같이 과장이거나 악의적 선전이다."
곡필의 대가는 푸짐했다. 누구보다 자주 스탈린을 인터뷰하는 특권은 물론 호화 아파트와 승용차, 요리사와 가정부, 운전기사 그리고 젊은 여자들까지. 그는 당시 OGPU(합동국가정치보안부, KGB의 전신)로부터 카챠라는 이름의 연인 겸 비서 이외에 덤으로 과거 귀족이었던 젊은 여자들을 끊임없이 '공급' 받았다. 이들은 외국 손님을 접대하면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캐오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아름다움이 시들면 대부분 중노동과 강간의 희생자가 됐다.
서방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진출한 AP통신이 듀런티의 곡필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널드 커크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서울 특파원은 지난 22일 AP가 평양지국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체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눈감거나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예로 그는 "AP가 경제개혁 시늉만 하는 북한 당국을 홍보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황해도 곡창 지역에서조차 기근이 이어지는 현실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퓰리처상 철회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됐지만 듀런티는 미국 언론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인물로 남아있다. AP는 또 하나의 듀런티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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