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메라는 조롱한다, 부조리한 현대사회를!

사진작가 오석근'옥정호'조습 '유머러스' 전

오석근 작
오석근 작 'The Text Book Cover'
옥정호 작
옥정호 작 '머리로서기자세'
조습 작
조습 작 '둥지'

현대사회는 갖가지 부조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늘 비통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 현실을 바라볼 것인가. 때로는 웃으면서, 이 현실을 조롱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 K대구에서 5월 19일까지 열리는 '유머러스'전은 희극적인 네러티브로 현실을 포착해온 사진작가들을 통해 현실을 해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해학적 번역을 보여주는 작가는 오석근과 옥정호, 조습이다. 이 세 사람은 독특한 사진 세계를 보여주었던 작가들이다. 이들은 유머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사실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우회적으로 호소한다.

오석근은 교과서를 재해석해 보여준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철수와 영희'의 모습을 본뜬 인형탈을 쓴 남녀가 사진의 주인공이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초등학교 시절 음울한 기억들을 수집해 철수와 영희를 통해 이를 재현한다. 작가는 철수와 영희를 통해 우리나라 관습적 교육의 문제점과 그 사각지대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옥정호의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작가 자신이 양복을 입고 뻘밭에서 요가자세인 '머리로 서기 자세'를 하고 있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는 요가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비판한다. 퍼포먼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가 몸으로 쓴 기호들은 주위 상황들을 냉소한다. '갯벌'은 맥락이 전혀 없는 탈맥락화된 장소다. 작가는 갯벌 한가운데서 요가 행위의 언어적, 상징적인 기호와 대비를 보여준다.

퍼포먼스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사회 현상을 풍자해온 작가 조습은 이번 전시에서 '달타령'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가 보여주는 달타령은 달을 향해 읊조리는 하소연에 가깝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도시 빈민을 '학'에 투사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학으로 분장해 사진에 등장한다. 도시화, 산업화로 갈 곳을 잃어버린 학은 재개발 현장에 철근과 뿌리가 드러난 건물과 나무를 배경으로 좌충우돌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은 고달픈 도시 빈곤층의 모습들과 다르지 않다.

스페이스K 고재령 큐레이터는 "이들 작가들은 B급 영화의 통속 취향을 시종일관 고수하며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씁쓸함조차 위트로 전치시켜, 실소 끝에 극적인 반전을 유도한다"면서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053)766-9377.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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