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전역에 벚꽃이 활짝 폈다. 보문단지뿐 아니라 반월성과 안압지, 계림숲, 대릉원 등 동부사적지 일대, 불국사, 무장산 입구, 김유신 장군 묘 등 경주의 주요 사적지에 벚꽃이 지천이다.
지난주부터 빨간 봉오리를 맺었던 벚꽃은 이번 주 들면서 '흐드러진다'는 말 그대로다. 벚꽃이 만개하면서 상춘객의 발걸음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더러 있다.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한숨이라니 다소 의아스럽지만 올봄 벚꽃축제를 기획한 경주시 관계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는 게 사실이다.
벚꽃 축제는 12일부터 시작하는데, 벌써 만개해버린 것이다. 예정보다 열흘가량이나 앞당겨 피니 속이 답답할 수밖에…. 경주시는 매년 이맘때 각종 벚꽃 관련 행사를 열어 왔고 올해부터는 봄철에 열리는 행사를 한데 묶어 '벚꽃축제'를 기획했던 것인데, 개화시기를 맞히지 못하니 김이 완전히 새 버린 셈이다.
행사 목적 또한 국내 최고 벚꽃관광지 경주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경주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보니, 벚꽃 없는 벚꽃 축제는 '주인공없는 잔치'나 다름없다.
경주시는 벚꽃의 개화시기를 올해까지 4년째 맞히지 못했다. 2009년 화려한 벚꽃아래 마라톤대회를 실시한 이후 2010년부터 내리 3년을 벚꽃의 개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돼 왔다. 그래서 올해는 3년 연속 벚꽃이 늦었던 전례로 큰맘 먹고 일주일을 늦췄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실제 2010년에는 답답한 마음에 빨리 꽃이 피라고 나무 밑에 모닥불을 피운 적도 있었고, 올해는 얼음을 나무 밑에 갖다 놓을 생각도 했었다니 답답한 속내를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주에는 3만2천100그루의 벚꽃이 있다. 벚꽃의 수령도 젊어 꽃도 화려하고 유적지와 어울려 한층 멋스럽다. 반월성 벚꽃은 반달처럼 생긴 높은 성 언덕을 둘러싸고 피어있기 때문에 꽃이 성벽 너머로 흘러내릴 듯 장관이다. 또 김유신 장군 묘 벚꽃은 꽃터널로 유명하고 보문단지는 말할 것도 없이 '꽃 대궐'이다.
그렇지만 굳이 벚꽃이 아니더라도 유채꽃, 개나리, 진달래뿐 아니라 수선화 금잔화 팬지 비올라 꽃양귀비 등 꽃천지다. 이달 12일부터 3일 간 경주시내 주요 사적지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비록 벚꽃은 거의 떨어지고 없을지 모르지만 볼거리는 예년보다 한층 풍성해졌다. 보문단지 내 선덕여왕 공원에서 신라 56왕의 통치 이념과 역사가 담겨 있는 '왕의 길'을 복원하고 가치를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인 '경주 왕의 길 신라로(路)의 초대'와 벚꽃마라톤, 백일장, 미술대회, 국악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경주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은 어떨까.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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