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욕관리사로 나서는 대졸 40, 50대…구직난에 학력 인플레

투자비용 위험 부담 없고 한 두 달 기술 배우면 가능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샤론목욕관리사학원에서 예비 목욕관리사들이 사람 피부와 골격에 따라 효율적으로 때를 미는 요령과 테크닉 등을 배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샤론목욕관리사학원에서 예비 목욕관리사들이 사람 피부와 골격에 따라 효율적으로 때를 미는 요령과 테크닉 등을 배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목욕관리사직에 40, 50대 대졸자들이 몰리고 있다.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샤론목욕관리사학원. 중년의 예비 목욕관리사 여성 3명이 서로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신체 부위별로 때를 미는 방법과 전신'얼굴 등 경락 마사지법을 배우고 있었다.

20, 30대 고졸 학력의 청년층이 주로 일해 온 목욕관리사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중년층 '학사 때밀이'가 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구직난에다 실직자와 명예퇴직자가 늘어나면서 단기간에 전문기술을 배워 취업할 수 있는 목욕관리사직에 40, 50대 중년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설학원에서 목욕관리 기술은 남자의 경우 한 달, 여자의 경우 두 달 정도면 배울 수 있다.

학원수강 1주차인 이선화(46'여'북구 태전동'D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씨는 "외국계 보험회사 팀장을 지냈던 친구가 퇴직한 후 목욕관리사로 재취업해 고소득을 올리는 것을 보고 들어왔다"며 "자식들 결혼자금과 노후대비를 위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

2주차에 접어든 김순희(48'여'수성구 중동'K대 도서관학과 졸업) 씨와 수강 첫날인 박애숙(51'여'달서구 상인동'Y대 미대 서양학과 졸업) 씨는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개업한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보면서 투자비용 위험 부담이 없고 땀흘린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목욕관리사 일을 선택했다"며 "돈을 벌면 자식들 대학 등록금에 쓰겠다"라고 했다.

대구에는 목욕관리사들이 200여 명에 이른다. 40, 50대의 관리사가 대부분인데, 경기가 어려워진 지난해 초반부터 이들의 비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경력과 사연도 가지가지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 자녀 학원비 벌려는 결혼이주여성, 직장에서 퇴직한 대졸자 등 다양하다.

최명식(가명'51'대졸) 씨는 "퇴직자들이 늘면서 아파트 경비원 자리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다"며 "나이 제한 없고 한 달만 배우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이 직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때 미는 일은 힘으로 하면 쉽게 지친다. 요령과 테크닉이 필요하다. 때만 밀어서는 돈을 제대로 벌기 어렵다. 그래서 목욕관리사들은 마사지와 경락, 지압 등 각종 기술도 함께 익힌다.

15년째 목욕관리사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순(52'여) 씨는 "목욕관리사는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들고 사회적으로 직업평가 수준은 낮지만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종"이라고 말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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