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추스르고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어진다. 한동안 담쌓았던 운동과 레저를 시작한다면 새봄이 전해주는 활력을 온몸으로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 시간이 있어도 돈이 없고 체력도 옛날 같지 않다. 그렇다고 낙담하기엔 이르다. 재미는 물론 저렴한 비용과 저질(?) 체력으로도 즐길 수 있는 레포츠들이 있다. 이른바 3박자를 갖춘 신 레포츠. 회사원, 주부, 학생 등 일반인들은 물론 노인과 어린아이들까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존 종목과 달리 새로운 레포츠들은 틈새 전략과 신선함을 무기로 저변 층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탁구와 테니스의 만남
'땅~땅~.' 봄바람이 심하게 부는 이달 2일 오후 대구 수성구민운동장 뒤편에 있는 프리테니스 전용 구장. 여기저기에서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사람들의 감탄사가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봄빛이 내려앉았다. 구장의 모양만 봐서는 영락없는 족구장. 라켓을 보니 탁구라켓의 두 배 큰 라켓. 게임형식은 테니스를 빼다박았다.
"기존의 테니스와 탁구의 룰을 적절히 안배했고 사용하는 기구만이 다를 뿐입니다. 보다 서민적이고 콤팩트하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매력이죠. 초보자는 물론 5세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3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죠." 기자를 안내한 이환조 수성구 생활체육회 회장의 설명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볼 하나와 채 하나 그리고 조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누구라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레포츠다. 연식테니스의 10분의 1 정도 규모의 코트에서 할 수 있어 생활체육 종목으로 적합하다. 탁구의 손쉬움과 테니스의 다이내믹한 동작을 공유한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인 프리테니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테니스라 불리는 이 신종 레포츠는 일본에서 독창적인 게임으로 발전한 후 2003년 국내에 도입됐다. 대구에서는 2004년 대구시 생활체육회를 통해 소개된 후 2006년 대구시프리테니스연합회 출범 후 대구지역의 프리테니스 동호인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의 동호인은 2천여 명을 넘는다.
프리테니스의 매력에 빠진 서상열 에스앤디 대표는 "테니스는 운동량이 너무 많아 체력이 웬만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데 비해 프리테니스는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해 휠체어를 타고도 경기할 수 있을 만큼 쉽다. 또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하지만 개념만 빌려왔을 뿐 게임의 룰이나 기구 등은 대구에서 본격적인 꽃을 피운 '토종' 레포츠다"고 했다.
탁구와 테니스의 장점을 조합한 종목인 프리테니스는 비교적 가벼운 공(24g)으로 라켓을 휘두를 때 경험하는 타구의 반동, 타구된 공이 의도했던 방향과 지점으로 비행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매력 포인트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프리테니스는 건강증진과 체력강화의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원에서 골프를
'사장님, 나이스 샷.'
대구 북구 서변동 강변축구장 옆 파크 골프장. 이곳에서는 화창한 날이면 어김없이 '나이스 샷' 소리가 울려 퍼진다. 봄날씨가 완연해지면 푸릇푸릇한 잔디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신천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파크골프는 골프 못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지만 최근 급속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신종 레포츠의 대표주자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희진 씨는 "매주 두 번씩 동호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원래 골프를 배웠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부담이었다. 그러나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진정한 골프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소문이 나 동호회 회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park)+골프(golf)'다. 즉 공원과 같은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즐기는 골프 게임이다. 1984년 일본 홋카이도의 마코베츠라는 마을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몇 년 전 대구로 건너 와서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는 토종 레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홀컵. 골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바로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갈 때 생기는 '땡그랑' 소리. 이 소리에 반해 골프에 입문하는 선수도 있을 정도다. 대구 출신으로 유명한 배상문 프로골퍼의 경우 초등학교 때 골프장을 찾았다 이 소리에 반해 골프를 시작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어떡하면 골프처럼 청량하고 맑은소리를 낼 수 있을까.' 파크골프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생활체육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한 회원이 대구 칠성시장에서 팔고 있는 밥그릇을 홀컵으로 사용하다 마침내 '땡그랑' 소리를 재현할 수 있었다. 파크골프의 토종화 및 진화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후 파크골프는 골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동호인 수도 대구에서만 3천여 명이 넘는다.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공원이라는 공간에서 어린이부터 노인, 가족, 장애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골프를 재편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파크골프가 일반 골프와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500m내 9개의 홀로 이루어진 작은 코스에서 로프트가 전혀 없는 클럽으로 지름 6㎝ 플라스틱 공을 쳐서 20㎝의 홀 컵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띄우는 드라이버 샷은 금지된다.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공(무게 80∼95g)이 사용된다. 기존 골프가 13, 14개의 각종 클럽으로 경기운영을 하는 데 반해, 파크골프는 감나무 헤드와 금속 샤프트로 만든 직각면 골프채 한 자루만을 사용하게 된다. 비용도 한 자루당 20만~3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지자체에서도 파크 골프장 건설붐이 일고 있다. 대구에는 벌써 4곳이 들어섰다. 북구 서변동 강변축구장 옆 파크 골프장을 비롯해 수성구 파름마을, 달성군 화원읍 세천교 밑에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있으며 강창교 밑에도 파크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경북의 경우 포항시가 남구 해도동 형산강 둔치 파크골프장(9홀)을 마련했다. 경주시는 북군동 교원드림센터 스포츠파크(9홀), 경산시는 중방동(9홀)과 대천동 남천둔치(18홀) 등 2곳. 울진군에도 한국전력 울진지점에 사내시설로 3홀짜리 파크골프장을 각각 조성했다.
◆골라 하는 재미
프로야구가 이번 주 개막했다. 안방극장에서 즐기는 것으로는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고 직접 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이럴 땐 '티볼'이 적당하다. 야구에다 소프트볼을 결합했다.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치는 대신 키에 따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배팅 티'라 불리는 막대 위에 놓인 공을 친다. 단단하지 않은 고무공이나 테니스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없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대부분 규칙이 야구와 비슷하지만 다른 규칙도 있다.
티볼이 야구나 소프트볼과 크게 다른 점은 홈플레이트 뒤에 있는 배팅 티(tee)에 볼을 올려놓고 정지되어 있는 볼을 타자가 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수가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규칙이 간단해 볼을 치고, 달리고, 던지고 하는 전신운동으로 누구나 쉽게 실시하고 즐길 수 있다.
팀은 10명으로 구성되며 지명타자나 엑스트라 타자를 채택했을 때는 11~15명으로 편성할 수 있다. 수비 포지션에서는 투수가 없는 대신에 중견수가 2명이며 유격수도 2명이다.
전성희 대구티볼연합회 사무국장은 "기존 야구는 투수 역할이 매우 중요했으나 티볼에서는 이를 없앴기 때문에 모든 포지션의 선수가 함께 참여하는 의미가 커진다. 대부분 야구와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나 도루나 슬라이딩 등을 금지하여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탁구와 배드민턴을 접목해 만든 종목도 있다. 두 이름을 합쳐 '패드민턴'이라고도 부른다. 라켓은 탁구에서, 셔틀콕은 배드민턴에서 가져온 경우다. 운동량이 꽤 많은 편이어서 운동 부족 해결에도 좋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과 달리 양손으로 즐길 수 있어 균형감각을 키울 수도 있다. 배드민턴과 마찬가지로 라켓과 셔틀콕만 있으면 야외, 실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포장된 도로가 아닌 산'계곡'들판'사막'정글 등 자연에서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새로운 레포츠로 급부상 중이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은 시골길'오솔길'산길 등을 의미하는 트레일(trail)과 달린다는 러닝(running)의 합성어다. 포장이 안 된 언덕'산'사막'숲'산책로 등 다양한 지형을 무대로 달리는 스포츠이다. 최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서서히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