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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러시아 제국의 흑인 장군, 간니발

1704년,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주재했던 러시아 대사 대리인이 표트르 1세의 명령에 따라 여덟 살 난 흑인 소년을 러시아 제국으로 데리고 갔다. 유럽의 궁정에서 흑인 소년이 진귀한 존재이기도 했지만, 표트르 1세가 인간은 피부 색깔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에티오피아 태생으로 알려진 이 소년은 그보다 한 해 전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곁에 와 있었다.

이 소년은 러시아에서 성장한 후 21세 때 프랑스의 파리로 보내져 예술, 과학, 군사 등 좋은 교육을 받았다. 이 덕분에 여러 개 국어를 유창하게 말했고 수학과 기하학도 알게 됐다. 이후 프랑스군 소속으로 스페인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워 대위가 되었다. 그는 이 무렵, 자신의 이름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딴 이름으로 바꿔 러시아식 발음인 아브람 페드로비치 간니발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파리에서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 볼테르 등과 친구가 되었다. 볼테르는 그를 '계몽 시대의 검은 별'이라고 불렀다. 러시아 제국 군대에서 소장까지 진급, 이색적인 흑인 장군이 되었으며 군사 기술자로 명성을 얻었다. 1781년 오늘, 85세로 행복한 삶을 마쳤다. 그는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외증조부였으며 푸시킨은 미완성 역사소설인 '표트르 대제의 흑인'을 써 그를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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