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법관 집무실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탁자 위, 책상 옆 등에 수북이 쌓인 각종 재판 자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법관마다 엄지손가락에 끼고 있는 파란색 '골무'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복사집'에서나 봄직한 골무를 법관들이 끼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역시 '서류뭉치'. 법관들은 매일 법정, 집무실에서 재판 기록과 씨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관에게 골무는 필수품 중 하나다.
'법관이 웬 골무' 하며 끝까지 골무를 마다하고 물을 묻혀 기록을 넘기는 법관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업무 편의를 위해 골무를 낀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아예 법원에서 골무를 지급품으로 나눠준다. 법정에서 골무를 끼고 재판하는 법관들도 있다.
한 법관은 "재판 기록 등 종이 자료를 워낙 많이 넘기다 보니 손가락 지문이 없어질 정도"라며 "골무를 안 끼면 서류 넘기기가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팔에 '토시'까지 낀 법관도 간혹 볼 수 있다. 법복을 입지 않을 땐 하얀 셔츠 등 정장 차림을 하는 게 보통이어서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다 보면 때가 탈 수 있기 때문이란 것. 노란 고무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법원장에게 결재받으려고 판결문을 제출할 때 부서와 판결문, 결재서류를 구분하기 위해 노란 고무줄로 묶기 때문이다.
조순표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는 "토시는 착용하는 법관도, 하지 않는 법관도 있어 토시가 지급되진 않는다. 그러나 골무는 지급품으로 거의 다 끼고 있다. 기록을 검토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어서 골무는 필수품"이라며 "그런데 서서히 판결문도 전자결제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어 법관들끼리 조만간 모니터용 골무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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